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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국정교과서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현에 광복회 “정부 수립” 항의

등록 2016-12-12 16:04수정 2016-12-12 19:45

교과서 폐기 여론속 교육부 토론회 열어
반대 “1919년3월1일 이미 대한민국 세워”
찬성 “임시정부는 1948년 건국 밑거름”
광복회 등 “대한민국 정부 수립 맞다” 항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과 함께 국정교과서 역시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교육부가 국정교과서에 새로 들어간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현에 대한 국민과 학계의 여론을 듣겠다며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장 앞에서는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단체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맞다”며 거세게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육부 산하단체인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2일 오후 2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1948년 8월15일, 한국현대사 상의 의미와 시사점’이란 주제의 한국현대사 학술대회(토론회)를 열었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 김명섭 연세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고, 토론자로는 양승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나섰다.

한시준 교수는 첫 발표자로 나서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옳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한 교수는 “1919년 3월1일 이미 대한민국을 세우고 이를 운영할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세운 것”이라며 “역사적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1948년 건국’이란 표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1948년 제헌국회 속기록 어디에도 ‘건국’이란 말이 없으며, ‘대한민국을 재건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1919년에 이미 대한민국이 세워졌다는 의미”라며 “헌법 전문에도 ‘1919년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써있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 스스로도 ‘건국’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건국’과 같은 뜻인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계속 쓴다면 후세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발표자로 나선 김명섭 교수와 강규형 교수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명섭 교수는 “1897년 대한제국 선포,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은 세계사적 흐름을 반영한 표현”이라며 “1948년 자유선거에 의해 수립되고 국제연합의 승인을 통해 인정받은 대한민국은 세계속에서 국민주권의 완성을 구현했다”고 주장했다. 강규형 교수도 “1949년에 대한민국 정부는 독립 1주년 기념식을 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나와 ‘오늘은 민국 건설 기념 1회’라고 선언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건국’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1919년에 국가가 수립됐다면 이후 펼쳐진 광복운동, 민족해방운동의 존재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대한제국이나 임시정부의 탄생은 1948년 대한민국 탄생의 귀한 밑거름이라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승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창록 경북대 법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양승태 교수는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고, 정영훈 교수와 김창록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란 기존 교과서의 표현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훈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 시기가 언제냐’라는 쟁점은 총 4가지 학설이 다양한 근거의 사료를 대며 논쟁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학설간의 논쟁은 헌법적 가치에 의해 환영할 일이나, 국정화된 단일 교과서에 특정한 견해만 싣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의 사회자로 나선 신복룡 건국대 명예교수는 “‘역사의 국유화’는 옳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보수가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의 무게감이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의 무게감보다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대한민국 수립’에 힘을 실었다. 결과적으로 발제자 세 명 중 두명, 토론자 세명 중 한명, 사회자가 ‘대한민국 수립’ 쪽에 선 셈이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국립고궁박물관 정문 앞에서는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단체 소속 회원들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역사를 제대로 기술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국정교과서의 내용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 남성은 토론회가 진행되는 도중 토론회장 입구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맞다’”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토론회 말미에는 일부 토론자의 발언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며 거센 항의가 나와 토론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 청중은 “왜 공개 토론회에 경찰이 입구에서 출입을 막고 있느냐. 왜 발제자 가운데 양쪽 의견의 인원 수를 균형있게 맞추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경찰들은 고궁박물관 정문 앞부터 토론회가 열린 강당 앞까지 지키고 서서 광복회 회원 등이 출입하는 것을 막았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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