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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야당·학계·교사 “박정희 미화 국정교과서도 탄핵돼야”

등록 2016-12-12 16:10수정 2016-12-12 19:03

야 3당·교육시민단체 공동 토론회
“국정교과서, 편향된 시각, 사실오류로 가득”
“현행 검정교과서 사용이 가장 논란 적어”
학부모단체 “국정교과서 강행시 불매운동”
박정희 정권 미화·친일파 축소 등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야3당과 학계, 교사, 시민·사회단체 등이 즉각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돼 온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부모단체는 정부가 국정교과서 도입을 강행하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전국 484개 교육시민단체가 연대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공동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해부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어, 지난달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향성과 오류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이 자리에서 “국정교과서가 박정희 시대 서술, 특히 5·16 군사 쿠데타 서술을 중심으로 편향된 시각과 사실 오류로 가득 차 있다”며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259~261쪽을 예로 들었다.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이라는 제목 아래 4·19혁명과 장면 정부의 등장, 5·16 군사정변에 대한 내용이 기술돼 있는 부분이다. 기존 검인정 교과서에는 4월 혁명은 제2 공화국 장면 행정부와 함께 별도의 항목으로 기술돼 있지만, 국정교과서는 이 두 내용이 한 단원으로 서술돼 있다. 배 부소장은 “기존 검인정 교과서에서 4월 혁명과 5·16 쿠데타를 나눠 구성한 것은 5·16 군사 쿠데타의 문제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국정교과서는 4월 혁명의 의미를 축소하고 5·16을 4·19의 단절이 아닌 계승으로 보는 쿠데타 주도세력의 역사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16 쿠데타 세력이 내세운 이른바 ‘혁명공약’도 의도적으로 미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책 261쪽 본문에 “5·16 군사정변의 주도세력은 혁명 공약을 발표하고”라고 돼 있는 부분이다. 배 부소장은 “작은따옴표 없이 혁명 공약이라고 표현한 것은 5·16을 ‘군사혁명’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쿠데타 주도에 대한 서술도 박정희가 아닌 ‘5·16 군사정변 주도세력’으로 주어를 바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책임을 희석시켰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에 언급된 5·16 쿠데타 세력이 내세운 ‘혁명공약’도 원문과 견줘보면 12군데서 오류가 발견됐다. 배 부소장은 “공약 원문을 보면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第一義)로 삼고’라는 부분을 ‘제일로 삼고’로 바꿔 뜻의자(義)가 누락되고, ‘성취되면’을 ‘성취하면’으로 바꾸는 등 12곳에서 원문과 다른 표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고교 국정교과서 일제 강점기 서술 부분에선 200개가 넘는 오류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실 오류 45건, 왜곡 서술 10건, 자료 변조 12건, 부적절한 서술 36건 등 ‘일제 강점과 민족 운동의 전개’란 제목이 붙은 Ⅵ단원에서 찾아낸 크고 작은 오류가 246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사실 오류로 238쪽에 임시정부를 기술하며 ‘포츠담 회담, 샌프란시스코 회의 등에서 외교 활동을 벌였다’라고 적혀 있는데, 임시정부가 해방 직전 다양한 외교활동을 벌인 것은 맞지만, 포츠담 회담과 샌프란시스코 회의에 참석한 것처럼 기술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치명적 오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222쪽에 서술된 ‘조명하는 1928년 타이완을 방문한 일본 왕족을 저격하였다’는 표현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저격’은 총으로 쏜다는 뜻인데 조명하는 총으로 쏜 게 아니라 칼로 찔러서 죽였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임시정부 수립과 관련해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가 출범했다는 사실은 배제하고 ‘정부’로만 서술해(201쪽)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 원년으로 본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연구위원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해 대한민국이란 최초의 민주공화제 국가가 출범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임시정부를 ‘정부’로만 규정한 것은 1948년이 대한민국 건국 원년이라는 뉴라이트 주장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정교과서 서술 분량을 줄였다고 주장한 것도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미래엔 검정교과서 저자인 조왕호 대일고 교사는 “”국정교과서는 쪽수만 줄였지 글자 수 등을 비교해보면 서술 분량이 기존 검정교과서보다 줄었다고 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암기 요소로 생각하는 인물, 단체, 사건 등 고유명사 수는 전혀 줄지 않아 학생들 학습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고 강행할 경우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이선 참교육 학부모회 정책위원은 ”아이들에게 함량 미달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할 수 없다“며 ”국정교과서를 추진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마당에 국정화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 만약 국정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강제로 적용되면 학부모들은 교과서를 사지 않는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은 ”2017년에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학교 현장에는 혼란이 없다“며 ”국정교과서를 폐기한 뒤 현행 검정교과서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논란이 적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교육을 하는 것은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자 책무“라며 ”교과서 내용을 살펴보면, 친일행위 축소, 건국절 수용 등 국정교과서를 전면철회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 국정화저지특별위원장도 축사에서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국정교과서는 폐기돼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처음부터 기획한 ‘나쁜’ 교과서“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대통령이 국민의 탄핵을 받았으니 국정교과서도 마땅히 탄핵받아야 한다“며 ”겨울방학, 크리스마스, 새해 등으로 기대감에 부푼 아이들에게 국정교과서 폐기야말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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