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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단독] 교육부 ‘국·검정 혼용시기’ 발표 직전까지 우왕좌왕

등록 2016-12-28 14:00수정 2016-12-29 01:20

27일 국회엔 “내년부터” 제출
15분뒤 발표땐 “2018년부터”
이 부총리 “실무자 실수”라지만
막판까지 결론 못 내린 정황
황교안 권한대행 압박 여부도 논란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7일 ‘2017년 연구학교 사용, 2018년 국·검정 혼용’이라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적용방안을 발표하기 15분 전 국회에 ‘2017년 국·검정 혼용’ 방안을 명시한 보도자료를 제출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가 발표 직전까지도 우왕좌왕한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28일 공개한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방안’ 보도자료를 보면, “국정 역사교과서를 2017학년도부터 검정교과서와 혼용하겠다”고 적혀있다. 또 ‘내년에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당장 내년부터 국·검정을 혼용하기로 한 만큼 ‘연구학교’라는 시범학교를 지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방안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27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불과 15분 앞선 오전 10시45분 국회에 보고된 내용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0시45분 전에 검토하던 자료가 실무자 실수로 잘못 보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발표 내용을 교육부가 국회에 잘못 보고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교육부가 발표 막판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정황이 뚜렷하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몇가지 안을 놓고 고심하다가 최종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막판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해 내부에서는 발표를 연기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는 그동안 박정희 정권 미화 등 편향적인 서술 외에도 1년 만의 무리한 집필 및 심의로 ‘졸속 집필’, ‘깜깜이 집필’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최종 발표 직전까지 우왕좌왕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집필부터 최종방안 마련까지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병욱 의원은 “학생들의 미래가 달린 교육정책을 교육부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결정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6일까지만 해도 국정화 추진 여부를 차기 정부로 넘기는 ‘1년 유예’ 방침을 유력하게 검토하던 교육부가 발표 당일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당초 교육부는 ‘1년 유예’로 발표하려 했으나 황 권한대행과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 ‘내년 당장 국·검정 혼용’ 방침으로 선회했고,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다시 ‘2018년 국·검정 혼용’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황 권한대행이나 청와대의 개입 여부를 의원들이 묻자 “지시를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종 방안은 직접 결정했지만, 세가지 안을 권한대행에게 보고했다”고 말해 일정부분 협의를 한 사실은 인정했다. 세가지 방안은 ‘1년 국정화 유예’, ‘2017년 국·검정 혼용’, ’2018년 국·검정 혼용’ 방안으로 추정된다.

지난 23일 국정교과서에 대한 여론수렴 마지막 날 교육부 의견수렴 사이트에 찬성 의견이 폭증하면서 여론조작 의혹이 이는 것과 관련해 이 부총리는 “(국정화를 찬성하는 쪽에서) 조직적으로 했다는 느낌은 갖고 있다”며 “저도 (마지막날 폭증한 찬성의견 건수의) 신빙성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연구학교 지정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학교 현장에 혼란을 막기 위해 최소한 서울에서는 내년에 연구학교를 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김미향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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