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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부산 위안부 소녀상 갈등’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7-01-16 20:00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 및 ‘대학생 겨레하나’ 대학생들이 전날 있은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철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 및 ‘대학생 겨레하나’ 대학생들이 전날 있은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철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시민의 ‘소녀상’에 보복으로 답한 일본의 적반하장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평화의 소녀상’이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데 항의해 주한 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대사와 총영사를 송환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강경 조처다. 일본은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과 고위급 경제 협의 연기도 발표했다.

일본의 이번 조처는 부적절함을 넘어 적반하장에 가깝다. 부산에 설치된 소녀상은 촛불시민들이 12·28 위안부 문제 합의 1주년을 맞아 자발적으로 세운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벌인 일에 반발해 대사를 본국에 소환하고 경제협력 활동을 중단하는 조처까지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일본의 이런 강경 조처는 한국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다음 정부에서 12·28 합의 재협상 움직임이 일 것에 대비해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계산속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 12·28 합의 자체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합의 당시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을 비롯해 꼭 필요한 조처를 거의 취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용으로 10억엔을 내놓는 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불가역적·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소녀상 설치가 일본의 책임 회피와 역사 외면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항의임을 일본 정부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근본 문제에는 눈감은 채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초강경 보복행위를 하는 것은 참회와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를 힘으로 짓누르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강경 조처에 빌미를 제공한 우리 정부의 무책임과 외교력 부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우리 정부가 10억엔 출연으로 사실상 모든 책임을 면제하는 합의를 해준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더구나 합의 직후부터 우리 정부가 10억엔을 받는 대가로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이면합의를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외교 굴욕이다.

일본 정부가 보복 근거로 삼은 12·28 합의는 정의의 원칙을 훼손한 것인 만큼 원천적으로 잘못됐다. 일본은 보복 조처를 즉각 거둬들여야 마땅하다. 마침 법원은 12·28 합의와 관련한 협상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합의 내용을 모두 밝히고 국민의 뜻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부산 위안부 소녀상 갈등…국익 중심으로 풀어야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놓고 한·일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일 양국은 동쪽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서쪽에선 자국의 안보를 위해 시진핑 정권이 조여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북핵 위협도 함께 마주하고 있다. 이런 두 나라가 손잡기는커녕 과거사 때문에 다시 으르렁거리는 것은 이유가 어떻든 무척 안타깝다.

이번 갈등을 둘러싼 대응을 보면 양쪽 다 잘못을 저질렀다. 우선 부산 동구청은 우왕좌왕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소녀상을 빼앗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너무도 뻔했다. 그럼에도 비난이 쏟아졌다고 불과 이틀 만에 소녀상을 돌려준 건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베 정권이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들였다고 바로 똑같은 조치를 취한 우리 외교부도 사태를 키우는 잘못을 저질렀다.

일본 정부는 좀 더 신중히 대응하는 게 바람직했다. 부산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것은 한국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다. 부산 동구청을 포함, 우리 당국은 이를 막으려다 폭발 직전의 여론에 밀린 것이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즉각 일본 대사 소환이라는 초강경수를 둠으로써 일본 정부는 양국 간 갈등을 부채질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건 과거사 청산도 중요하지만 외교관계에서 궁극적인 최고의 선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바로 국익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 관계도 미래지향적으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기에 대권주자 등 정치인들은 이번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되며 민족 감정을 대선 전략으로 악용해서도 안 된다.

과거엔 이런 일이 터지면 양국 중진 인사들이 닦아놓은 물밑 채널이 가동돼 난제들이 풀리곤 했었다. 하지만 갈수록 지한파·지일파 인사들이 사라져 소통이 힘들어졌다. 그나마 일본 측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온 주일대사 출신의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한일의원연맹 한국 측 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모두 최순실 사건으로 곤경에 처했다. 이번 사태로 또 한번 절감하지만 양측 모두 원활한 소통을 위해 물밑 채널 복원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일본 조치에 빌미 제공한 정부 무책임”…중앙 “양측 물밑 채널 복원에 노력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달 28일, 70여개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 이에 부산 동구청은 도로법 위반 등의 이유로 강제 철거에 나섰으나, 이틀 만에 공식사과하고 소녀상 건립을 묵인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귀국 조치하고, 한-일 스와프 협상, 고위급 경제 협의도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일본의 태도를 비판한다. 한겨레는 “일본의 이번 조처는 부적절함을 넘어 적반하장에 가깝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소녀상 설치가 일본의 책임 회피와 역사 외면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항의임을 일본 정부가 모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본의 주요 각료들은 한-일 위안부 협의 이후에도 침략 전범들을 받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해왔다.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은 한-일 합의 이후에도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등,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일본 정부는 좀 더 신중히 대응하는 게 바람직했다”고 진단하며, 일본이 “대사 소환이라는 초강경수를 둠으로써…양국 간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역사와 외교 현안을 분리해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이번에 소녀상을 이유로 한-일 스와프 협상, 고위급 경제 협의까지 중단한 것은 외교 전면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하지만 한겨레의 진단대로 이는 “한국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다음 정부에서 12·28 합의 재협상 움직임이 일 것에 대비해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계산”일 듯싶다.

중앙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엄중한 외교 현실을 짚어준다. 현재 한·일 양국은 “동쪽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서쪽에선 자국의 안보를 위해 시진핑 정권이 조여오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북핵 위협도 함께 마주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일은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는 최고의 우방이어야 한다. 작년 말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과 현재 진행 중인 통화 스와프 협상도 이런 현실 이해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긴밀해야 할 한-일 관계에 있어 종군 위안부 문제는 가장 민감한 아킬레스건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 현실적인 접근을 한다. 중앙은 “외교관계에서 궁극적인 최고의 선”은 “국익”이므로, “(한국과 일본) 양측 모두 원활한 소통을 위해 물밑 채널 복원에 노력”하라고 충고한다. 민간단체가 세운 소녀상에 외교부가 대안을 내놓기는 어렵다. 자칫하면 이는 ‘굴욕외교’로 비칠 수 있다. 소녀상 문제로 격앙된 국민감정 역시 헤아려야 한다. 이 점에서 공식 외교 라인보다 “물밑 채널”을 통해 사안을 풀어야 한다는 중앙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반면, 한겨레의 해법은 원칙론에 가까워 보인다. 한겨레는 우선 “일본의 강경 조치에 빌미를 제공한 우리 정부의 무책임과 외교력 부재”를 강하게 질책한다. 사실,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안에는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는 문구가 없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기로 한다”는 문구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우리 측을 겁박하는 데는 정부의 대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실제로, 합의 직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위안부 합의는 그 어느 때보다 진일보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나아가, 최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우리의 외교적 처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발언들이다. 한겨레가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을 왜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외교 굴욕”이라고 하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소녀상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한겨레는 “12·28 합의는 정의의 원칙을 훼손한 것인 만큼 원천적으로 잘못됐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중앙은 두 나라가 “과거사 때문에 다시 으르렁거리는 것은 이유가 어떻든 무척 안타깝다”며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 외교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벌이는 외줄타기와 같다. 두 사설은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립하는 주장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손자병법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2016년

건달들은 작은 용기, 소용(小勇)을 부릴 뿐이다. 욱하는 성질대로 행동할 뿐, 뒤에 어떤 일이 닥칠지 따져보지 않는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큰 용기, 대용(大勇)을 갖추어야 한다. 갑작스런 위기가 닥쳐도 놀라지 않으며, 까닭 없이 위협을 당해도 화내지 않아야 한다. “국가에 이익이 있을 때만 싸움을 벌여라. 이익이 없는 다툼은 당장 그쳐야 한다.” 손자는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강조한다. 한비는 “무릇 군주는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고 충언한다. 권력자가 성급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관료들은 눈치를 보며 권력자와 코드에 맞는 말만 하게 된다. 이 점은 시민들과 정치인의 관계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흥분한 민족감정에 기대어 연일 강성 주장을 내놓고 있다. 판단은 신중할수록 좋다.


[추천 도서]

한비자

한비자 지음, 마현준 풀어씀, 풀빛 펴냄, 2010년









[키워드로 보는 사설]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

2015년 12월28일, 한국과 일본은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합의문에서 일본 측은 위안부 문제에 당시 일본군이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하였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면,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여 모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이러한 조치들이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일본이 자신들이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합의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한·일은 국제 관계에서 위안부 문제를 놓고 상호 비판, 비난하는 것을 자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는 타결 직후부터 ‘졸속’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작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을뿐더러,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한·일 간의 군사적·경제적 협력을 바라는 미국의 바람에 밀려 성급하게 결론을 맺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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