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의 원고본부터 최종본까지 내용을 검토하고 심의하는 역할을 하는 편찬심의위원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집필진 31명에 이어 편찬심의위원도 뉴라이트 계열 보수 성향 학자, 정부 산하 기관 기관장 등으로 구성돼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가 31일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따른 중등 교과용도서 편찬심의위원 명단’ 12명을 공개했다. 편찬심의위원은 교수 및 역사 관련 공공기관장 6명, 현장 교원 4명, 학부모 2명으로 구성됐다. 편찬심의위원은 국정교과서의 편찬기준 및 원고를 심의해 수정과 보완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장을 맡은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은 올해 79살의 보수 성향 원로 정치학자다.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정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공공기관 기관장이다. 허동현 경희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학계에서 뉴라이트 성향의 보수 역사학자로 분류된다. 학부모 위원 중 한명인 김동순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교과서분석연구회는 국정교과서를 찬성해온 보수 성향의 단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위원 15명은 이날 입장서를 내 “집필진부터 편찬심의위원까지 모두 편향성이 심각하다. 이택휘, 허동현, 강규형 위원은 모두 대표적 뉴라이트 계열로 평가받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이기동 위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주 4·3 사건 희생자에 대해 ‘공산 폭도’라고 발언할 정도로 편향적인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분”이라며 “편찬심의위원회 회의록 일체를 지금이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최종본이 나온 다음에야 편찬심의위원을 공개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고법은 “편찬심의위원을 공개하라”고 판결하며 “편찬심의위원회의 업무가 종료된 다음 그 구성원을 공개한다면 위원회 구성에 관한 검증이 집필과 편찬 심의 등이 마친 이후에나 가능하게 된다. 구성 단계에서부터 건전한 국민의 상식을 반영하지 못하게 돼 더 큰 국가적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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