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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국정교과서 희망학교 3곳에 그칠 듯…‘식물교과서’ 전락

등록 2017-02-15 20:19수정 2017-02-16 00:26

연구학교 신청 마감날인 15일 오후 8시 기준
경북 문명고·항공고·오상고만 연구학교 신청
경북 외 지역 신청학교 없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가 경북의 문명고, 경북항공고, 오상고 등 극소수 학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신청 기한을 당초 계획보다 닷새 연장하면서까지 국정교과서를 쓸 ‘연구학교’ 신청을 받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으면서, 국정교과서는 사실상 ‘식물교과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겨레>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는 경북 영주시 경북항공고, 경북 경산시 문명고, 경북 구미시 오상고 등 3개 학교에 불과했다.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대구 지역 일부 학교에서도 연구학교 신청을 검토했으나, 교사 등 내부 구성원의 반대로 결국 신청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9일까지 연구학교 신청이 없자, 당초 10일까지였던 연구학교 신청 기한을 15일까지로 닷새 연장했다.

문명고는 14일 오후 5시께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연구학교 신청을 결정했다. 교사들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교장이 학부모를 설득해 5:4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경북항공고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연구학교 신청을 했다. 교육부의 연구학교 운영지침은 ‘교원 80% 미만의 동의를 얻은 학교는 연구학교를 신청할 수 없다’고 돼 있으나, 경북교육청은 이를 어기고 연구학교 신청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국정교과서 거부는 예고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학계, 교사, 학부모, 학생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진데다, 국정화 정책을 추진한 핵심 주체인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탄핵심판을 받는 등 국정교과서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동력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정 교과서 공개 결과, 박정희 정권 미화, 친일파 행적 축소 등 편향적 서술이라는 비판이 일고 수백건에 달하는 사실관계 오류가 밝혀지면서 국정교과서의 질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졌고 ‘불량 교과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심지어 교육부 소속 국립고조차 모두 국정교과서 사용을 거부했다.

교육부는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희망하는 학교가 있으면 수업 보조교재 형태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포하겠다며 국정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17개 시·도 교육청이 연구학교 신청 현황을 집계해 17일까지 교육부로 보고하면 20일에 연구학교 지정 현황을 정식으로 언론 등에 공개할 계획”이라며 “연구학교 신청 학교가 극소수에 그치더라도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연구학교가 아니더라도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보조교재 형태로 국정교과서를 무상으로 배포하겠다”고 말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은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는 학교가 한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보조교재 형태로 국정교과서를 배포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경욱, 대구/김일우 기자, 전국종합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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