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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폭력 가벼운 사건도 학생부 의무기재…되레 은폐 조장

등록 2017-06-21 21:16수정 2017-06-21 22:29

배우 아들과 대기업 회장 손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학교폭력 사안을 무마한 의혹을 받고 있는 ㅅ초등학교 감사를 위해 2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감사팀이 이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배우 아들과 대기업 회장 손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학교폭력 사안을 무마한 의혹을 받고 있는 ㅅ초등학교 감사를 위해 2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감사팀이 이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숭의초 사건에 학폭대처 수면 위로
학폭위 열리면 무조건 처분해야
가벼운 서면사과도 학생부 기재
엄벌 기조에 잡아떼기 일쑤

전문성 취약한 학교 대응 엉성
학폭위도 비전문가가 대다수
“사전 조정·화해 등 절차 둬야”
“아이들끼리 싸우면 잘못한 애가 충분히 사과하고 풀 수도 있는데, 잘못한 걸 인정하면 자칫 학교폭력 사건 가해자가 될까봐 사과도 못 하죠. 국제중 같은 곳에 들어갈 때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보거든요. 초등학생이라도 학생부에 학폭 가해자로 적히면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죠.”(학부모 현아무개씨)

수련회에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학교폭력 사안을 서울 숭의초등학교가 무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를 계기로 현재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다루는 과정과 절차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에 대한 처분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하고, 대화와 화해 등 사전 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방향으로 대폭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과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따라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한다. 학폭위가 학교폭력 사안으로 볼 경우, 가해학생은 반드시 1~9호에 해당하는 처분을 받고 이를 학생부에 기재하게 돼 있다. 2004년 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지난 13년 동안 수차례 개정됐지만, 2011년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문제가 되자 2012년 엄벌 기조로 크게 개정된 결과다.

학생부가 상급학교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학생 성장과정에 계속 남는 중요한 기록이다보니, 가해자로 지목되면 사과나 화해보다 가해사실 부인에 힘쓴다. 박숙영 좋은교사운동 회복적생활교육센터 대표는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대기업 총수나 연예인이 아니라도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무조건 ‘학교폭력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진심 어린 사과 대신 사실관계 부인부터 한다”고 말했다. 가장 낮은 단계의 처분으로 서로 화해하도록 하는 조처인 서면사과라도 무조건 학생부에 기재하게 만드는 학교폭력예방법 때문에 가해사실을 인정하는 사과나 화해를 꺼리는 것이다.

학폭위 결과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반면, 학교의 처리 과정과 절차는 부실하다. 정연순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안 조사라는 게 담임교사가 아이들 이야기 듣고 자술서 받고 끝이다. 진상을 규명하려면 조사 기법이 필요한데, 교사들이 훈련이 돼 있지 않고 서류를 보면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학폭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유미 전 푸른나무 청예단 에스오에스(SOS)센터장은 “학폭위원들의 학폭에 대한 이해도, 폭력에 대한 감수성도 높지 않아 저학년 사안을 사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숭의초도 학부모 4명, 교원 3명 등 7명의 학폭위원으로 구성됐다. 숭의초 학폭위는 사안을 ‘학교폭력이 아니다’라고 결론내 문제가 불거졌다. 탁경국 변호사는 “현행 학폭위의 공정성도 문제다. 학폭위원 중 학부모들이 많은데 평소 누구와 친소관계가 있느냐에 따라 사안을 다르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감사로 전환하며 “학폭위원들의 위촉 과정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전수민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는 “현재 학교나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좋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전 조정이나 화해 프로그램을 학교폭력예방법의 공식 절차에 포함하거나 같은 반 학생들 사이에 대화와 화해를 유도하는 ‘또래 조정’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김미향 정은주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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