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조직적으로 찬성 여론을 부풀리는 조작을 했다는 ‘차떼기’ 의혹과 관련해 교육부 장관이 직접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원회)는 10일 “지난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국민 의견수렴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찬성 쪽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교육부 장관이 검찰에 수사의뢰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전 조사를 통해 ‘차떼기 의혹’에 대한 근거를 확보한 진상조사위원회는 형법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위·변조, 위조사문서 행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의뢰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여론개입 수사과정에서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가 드러날 경우,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신분상 조처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5일 위원회 1차 회의에서 여론 조작여부를 조사하자고 결정했고, 10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이를 수사의뢰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결한 것에 따른 조처다. 위원회 관계자는 “진상조사팀은 교육부 현직 공무원만 조사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퇴직 공무원 등은 조사할 수 없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요청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정희·박근혜·이완용 명의의 국정화 찬성의견서. 교육부 제공
앞서, 2015년 11월3일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당시 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하며, 찬성 15만2805명, 반대 32만1075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견수렴 마지막날인 2일 한 교수의 주도에 의해 여의도의 한 인쇄소에서 동일한 양식과 내용의 의견서가 일괄출력 되는 등 찬성 의견 '차떼기 제출' 논란이 있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팀이 사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의 찬성 의견서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팀에 따르면, 교육부 문서보관실의 찬반의견서 103개 상자 중 동일한 찬성이유 등을 나열하거나 인적사항이 제대로 적히지 않은 일괄출력물 의견서가 53개 상자였다. 조사팀이 26개 상자 약 2만8000장를 먼저 살펴보니 일정한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되거나, 동일인이 찬성 이유만 달리해 수백장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일부 찬성 의견서는 개인정보란에 이완용, 박정희, 박근혜 등의 성명을 기재하거나 욕설이 기재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조사팀이 찬성 의견서에 기재된 전화번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로 추출한 677명에게 전화한 결과, 응답한 252명 중 찬성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긍정한 경우가 129건 (51%)에 그쳤다. 이같은 찬성 의견서가 담긴 상자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라는 이름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에 따라 이같은 찬성의견서 상자 계수 작업을 했다는 교육부 직원의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고석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장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노트, 전 안종범 청와대 수석의 메모노트, 언론에 공개된 청와대 보고서 등을 보면, 국정화 여론개입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정원 및 교육부가 처음부터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의심된다. 수사를 통해 청와대와 국정원, 교육부가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규명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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