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유엔사 공보관이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사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 사설] ‘JSA에서 왜 대응사격 안 했느냐’는 비난, 무책임하다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할 당시 우리 쪽 대응 방식을 놓고 야당과 보수 언론의 비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에선 북한군이 남쪽으로 넘어오는 북한군 귀순 병사를 향해 에이케이(AK)소총 40발을 쏠 때 우리 군은 왜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느냐며 초기 대응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물론, 공동경비구역에서 소총을 휴대한 건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보면, 한국군이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게 비난받을 만큼 잘못한 대응은 아니라고 본다. 동서 800m, 남북 400m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다른 군사분계선 지역과 달리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한다. 합참이 아닌 유엔사가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며 한국군의 교전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응사격을 하려면 유엔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엔사 교전 규칙은 아군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인지, 위기 고조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공동경비구역 특수성을 고려해 대응사격 기준이 훨씬 엄격한 것이다.
우리 군의 직접 피해가 없는 상태에서 북쪽을 향해 응사하는 게 꼭 최선은 아니다. 그랬다면 어떤 사태로 번졌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북한이 총 쏘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느냐’고 목소리 높이는 건 무책임하다. 다만,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에도 북한군이 사격을 했는지 등은 철저히 조사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엄중히 따져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석연찮은 판문점 북한군 총격 사건, 낱낱이 밝혀라
그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 1명의 귀순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대한 우리 군의 조치가 영 석연치 않다. JSA는 남북한 군이 수m 이내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어 언제나 긴장감이 팽팽한 곳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의 유산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 핵개발로 남북 사이에 모든 대화채널이 닫혀 있는 상태다. 따라서 언제든지 우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민감한 구역에서 북한군이 우리 쪽으로 귀순했고 북한 경계병들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총을 쏘았다.
합참에 따르면 귀순한 북한군은 자동차를 몰고 JSA 북한군 구역으로 진입했으며 남과 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MDL) 10m 앞까지 왔다고 한다. 그가 자동차에서 내린 뒤 10m만 뛰어오면 자유 대한민국으로 귀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북한군 경계병 4명이 40발의 소총과 권총탄을 쏘았다. 북한 경계병들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사격했다. 그렇다면 북한군 소총과 권총의 사거리로 볼 때 그 총탄들은 당연히 JSA 우리 구역으로도 날아왔을 것이다. 귀순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었을 때도 총을 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군 장병이 인근에 있었다면 자칫 그 총탄에 맞을 수도 있었다. 북한이 이처럼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도발했는데도 우리 군은 남의 일처럼 보고만 있었는가.
또 귀순자는 복부와 가슴, 어깨 등에 7발의 총탄을 맞고 현재 위중한 상태다. JSA에서는 귀순 과정을 감시카메라를 통해 모두 관찰하고 있었다고 한다. JSA 근무자들은 귀순자가 이토록 많은 총탄에 맞도록 뭘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사건 발생 1시간 만에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래서야 화급을 다투는 전방 상황이 발생할 때 어찌 대처할지 걱정이다. 군당국은 JSA에서 북한군의 도발과 조치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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