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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장자격증이 뭐길래…“승진점수 따려 한달 월급 뒷돈 줘”

등록 2018-02-04 17:55수정 2018-02-04 20:48

교장 승진제도에 매달리는 교직사회
“나는 승진 점수관리 기계” 푸념도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회원들이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장 공모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회원들이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장 공모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 강아무개(44)씨는 지난 교직생활 19년을 떠올리면, 자신이 ‘승진 점수관리 기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모두가 승진 점수 관리에 매달렸다. 교장이 엉뚱한 곳에 예산을 쓰거나 부당한 지시를 해도 교사들이 다른 의견을 내지 못했다. 강 교사는 “승진점수 잘 받을 수 있는 연구학교에 초빙교사로 가려고 교장한테 자신의 한 달치 월급을 뒷돈으로 주는 일도 암암리에 벌어졌다”고 말했다.

많은 교사가 승진점수 관리에 혈안이 되는 배경에는 지금의 교장 승진제도가 있다. 국·공립 초·중·고 교사는 교육대나 사범대를 졸업한 뒤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학교에 2급 정교사로 임용된다. 이어 1급 정교사를 거쳐 20~25년 뒤 교장·교감이 되기까지 경력과 근무성적, 연수성적, 각종 가산점 등 총 네 가지 승진 지표를 관리해야 한다.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여기서 관건은 ‘연수성적’과 ‘가산점’이다. 대학원 석·박사, 연구대회 입상 등 연수성적과, 가산점이 주어지는 연구학교·도서벽지 학교 근무, 학교폭력예방실적, 부장 등 보직교사 경력, 청소년단체 지도, 워드·한국사 등 국가기술자격증 취득까지 근무 경력 하나하나가 ‘점수’다.

문제는 일부 승진 항목이 교사의 수업 및 학생 생활지도 역량과 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학교폭력예방가산점은 학생들의 눈을 마주치며 생활지도에 힘쓴 교사가 받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이 가산점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두고 따로 보고서를 내는 등 경쟁을 벌인다. 비교육적인 일도 자주 일어난다. 육상이나 수영 등 전국대회에서 지도 학생이 입상하면 교사가 승진점수를 따게 되는데, 이를 위해 학교에 기량이 뛰어난 학생 선수가 있으면 교사 간에 누가 그 학생의 지도교사가 될지를 두고 뜨거운 경쟁이 벌어진다.

이런 승진점수 관리는 교사의 교직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동국대 교원정책중점연구소가 지난해 2월 실시한 ‘교육공무원 승진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현직 교원 3만3293명 대상)를 보면, 응답자들은 승진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각종 가산점, 근무점수, 경력 등 교원평정 요소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불신’(31.7%)을 1위로 꼽았다. 2위는 ‘승진 기회의 협소로 인한 과열 경쟁’(29%)이었다.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교장 승진제도에 대한 교사들의 문제제기는 2000년대 이전부터 꾸준히 이뤄졌다. 2007년 도입된 ‘교장공모제’는 그 결과다. 역량이 빼어난 교사한테 교장직을 개방하겠다는 취지였는데, 2009년 내부형 교장공모제와 관련해 교장자격증이 없을 경우 신청학교의 15%만 가능하도록 하는 ‘15% 제한’이 만들어졌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학교조직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도입한 내부형 교장공모제에서 또다시 자격증 소지 여부를 놓고 15%를 제한한다는 것은 애초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킨다”고 지적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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