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원 성희롱·성폭력도 국공립 수준 징계 추진

제11차 사회관계장관회의 개최
‘스쿨미투’ 가해자 징계 실효성 높여
가해 교원 다수면 교육청이 책임·처리
교대·사범대부터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성폭력 가해교사에 대한 엄중 처벌과 해당 학교와 가해자 동료교사들로부터 학생들이 받은 2차 피해에 대한 공식사과, 서울시교육청의 철저한 감사 시행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e-mail]

사립학교 교원의 성희롱·성폭력에 대해 국·공립 교원 수준의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선다. 대학 교원이 성비위로 징계가 확정되면, 사업비 지급을 중지하고 1년 간 학술연구 지원사업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심의했다. 이번 대책은 ‘스쿨미투’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강화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성폭력 예방·성평등 교육을 확대하는데도 중점을 뒀다.

정부는 우선 가해자에 대한 징계 실효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3월부터 사립학교가 교육부·교육청의 교원 징계의결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성희롱·성폭력 가해 교원의 징계처분 결과는 피해자에게 통보해 징계 결과의 투명성을 높이는 법령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 교육청 내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성희롱·성폭력 조사·심의위원회도 운영할 계획이다. 가해 교원이 다수이거나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에 의한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학교의 자체적인 처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교육청 책임 하에 사안을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성비위로 연구자가 징계를 받으면, 사업비 지급을 중지하고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한다고 연구협약을 체결할 때 명시하기로 했다.

피해학생 상담과 치유·회복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내년 초·중등학교 전문상담교사를 484명으로 20% 이상 증원하는 한편, 피해학생이 2차 피해 등을 이유로 전학을 희망하면 교육청 책임 하에 즉시 전학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한다. 청소년상담 1388,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 등 청소년 지원기관을 활용한 맞춤형 지원도 확대한다.

아울러 교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한다. 먼저 교육대·사범대 교육과정을 개편해 예비교원 양성 단계부터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관련 사건처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장·교감 대상 특별교육을 신설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별 예방교육 이수율과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운영실적을 대학기관 평가인증에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밖에도 중·고등학생과 교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실태 전반과 성인지감수성에 관한 표본 현황조사를 실시한다. 교육부·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이 참여하는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협의회’도 상시 가동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장관은 “학교 내 성차별과 성폭력을 용기 있게 고발하는 학생들의 스쿨미투에 응답하고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며 “모든 학생의 인권이 존중받고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학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