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지예슬유치원 학부모들이 지난해 11월29일 유치원 건너편에서 ‘폐원 반대’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 유치원이 내년 3월 문을 닫기로 결정한 뒤 학부모들은 국공립 유치원 신증설을 요구해왔고, 11일 인근 소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4개 학급을 증설해 이 유치원에 재원 중인 원아들을 우선 대상으로 모집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립유치원의 일방적인 폐원으로 오갈 곳 없어진 원아들을, 공립유치원을 증설해 받아들인 첫 사례가 나왔다.
11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 있는 소현초등학교 병설유치원과 경기도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유치원은 최근 만 4살 두 학급(44명), 만5살 두 학급(52명) 등 4개 학급을 증설한다고 밝히고 ‘추가 유아모집’ 공고를 냈다. 이는 근처에 있는 사립유치원 지예슬유치원이 폐원을 추진하자, 오도가도 못하게 된 원아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도교육청 지시에 따라 취한 조처다. 이 학교가 낸 추가 유아 모집공고를 보면, 1순위 조건이 ‘지예슬유치원 재원 유아’로 돼있다. 이에 따라 지예슬유치원 재원 유아 가운데 폐원 뒤 다른 공립·사립 유치원에 들어가지 못한 원아들은 3월 중 소현초 병설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 조처는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에 반발한 사립유치원들이 집단 폐원하면서 발생한 공백과 혼란을, 공립유치원을 증설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해결한 첫 사례다. 지난달 교육부는 3월 중에 692개 학급, 9월에 388개 학급 등 전체 1080개 학급 규모의 국공립 유치원을 신·증설하겠다고 밝혔고, 경기도는 올해 전체 240개 학급을 신·증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장 사립유치원으로부터 폐원 통보를 받은 원아와 학부모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교육 당국은 이번 조처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리라 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쪽은 “폐원 문제가 불거진 경기도 하남 지역도 인근 병설유치원 증설과 관련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