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연기를 강행키로 한 3일 서울 도봉구 창동 서울북부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긴급돌봄을 위한 비상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돌봄신청 전화를 받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에 정부가 ‘엄정 대응’ 원칙으로 맞서자, 한유총이 ‘집단 폐원’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개학 연기’ 투쟁에 참여하는 유치원 규모에 대해 정부와 한유총 쪽 집계가 10배 가까이 차이 나, 실제 ‘유치원 대란’의 규모는 개학 예정일이었던 4일이 되어야 정확히 확인될 전망이다. 이 같은 혼란에 비례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힌 학부모들의 분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유총은 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계속 우리를 탄압한다면, 우리는 준법투쟁을 넘어 ‘폐원 투쟁’으로 나아갈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에 반발해온 한유총은 지난 28일 유아교육법 시행령 철회 등을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을 벌인다고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엄정 대응’ 원칙이 변하지 않자, ‘폐원 투쟁’이라는 마지막 수단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폐원 투쟁’에 대해선 오는 6일까지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유총은 이번 ‘개학 연기’ 투쟁에 참여하는 유치원이 전국 1533곳에 달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앞선 2일 교육 당국이 발표한 전국 190여곳이라는 조사결과와 10배 가량 차이가 나는 숫자다. 한유총은 이 숫자에 대해 “지난 2일 밤 12시께 산하 지회들이 파악해 본부로 보고한 숫자”라며 “정부가 극소수만 참여한 것처럼 숫자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집계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참여 유치원의 명단 공개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엔, “정부의 압박으로 원장들이 받게 될 불이익이 우려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개학 연기’ 통보받은 학부모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학을 연기했지만 돌봄은 제공하는 유치원의 현황에 대해서도 “원장들의 자율적 결정이라 전체 현황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이 유아교육 현장에 혼란을 불러오자, 학부모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학부모 일부는 ‘개학 연기’를 강행하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아이들을 볼모로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부모들에게 피해를 준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의 집단행동에 대해 형사고발 등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한메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겨레>에 “학부모들은 오늘(3일) 밤에라도 한유총이 집단행동을 철회하길 바라고 있다. 만약 강행한다면, 학부모들 역시 한유총과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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