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대해 "공익을 해치는 사실 행위가 있어 설립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유치원 ‘개학 연기’ 시도를 했다가 ‘법인 취소’ 역풍을 맞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해산의 길을 걸을지 한달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주무관청인 서울시교육청은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한유총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한유총에 설립허가 취소에 대한 ‘예고’ 통지를 했다. 앞으로 3월8~12일께 사전 통지, 그로부터 열흘 뒤 청문 실시 등 단계적인 절차를 밟는데, 전체 과정은 대략 한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취소 결정 뒤에도 한유총이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하면 최종 결정은 법적 판단까지 받아야 한다.
행정관청이 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서울시교육청의 결정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설립허가 취소를 진행하는 이유로 △목적 이외의 사업 수행 △공익을 해하는 행위 등 두가지를 꼽았는데, 둘 다 민법 제38조에서 규정한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특히 교육청은 ‘공익을 해하는 행위’에 무게를 더 실었는데, 그 중심에는 전사회적 공분을 산 ‘개학 연기’ 투쟁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 이미 한유총의 법인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본 뒤 설립허가 취소를 검토했다. 당시 주된 사유는 ‘목적 이외의 사업 수행’이었다. 한유총은 “연구·개발·학술 등 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목적으로 법인 설립허가를 받았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유치원의 진흥에 관한 연구’ ‘회원 상호 간 유대 강화를 위한 사업’ ‘유아 교육 각 부문 연구·개발·보급’ 등이다.
그런데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5~2017년 한유총이 정관에 명시된 목적사업을 수행하는 데 쓴 돈은 일반회비 가운데 7.94%에 불과했다. 대신 특별회비를 조성해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추진 사업’(2015년)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2017년) 등을 해마다 벌여왔는데,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법인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학부모를 동원하는, 유아와 학부모 등 공공의 피해를 발생하게 하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시에는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안 등도 있어, 본격적인 취소 절차에 착수하진 않았다.
본격적으로 취소 절차에 착수하게 만든 것은 ‘공익을 해하는 행위’, 곧 이번에 벌인 ‘개학 연기’ 투쟁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번에도 설립 목적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개학 연기를 실행하는 정도의 공익을 해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실제로 전국 239개 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하는 사태를 발생시킨 것은, 명백히 사회적 물의 야기, 유아학습권 침해, 학부모의 고통 부담 가중 등 공익을 현격히 해하는 행위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해마다 협박 형태의 집단 휴원·폐원을 선포·조장하는 것” “‘처음학교로’의 거부” “담합 형태로 예결산 공시자료를 부실하게 작성·공시한 행위” 등을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들었다.
이날 조 교육감은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 추진에 “단지 불법적 행위를 한 단체에 대한 법제도적 설립허가 취소라는 협소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다수의 사립유치원들이 국민들이 원하는 미래지향적인 길로 방향을 대전환을 하는 계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또 “에듀파인을 전향적으로 수용한 유치원에 대해선 교사처우개선비를 지급하도록 시의회와 바로 협의에 들어가겠다”고도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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