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개정 일괄폐지는 맞지 않아
절차 따라 탈락 동의여부 결정
“우수 학생끼리 경쟁 시스템,
미래 인재 키우기 힘들다” 밝혀
조희연 교육감도 언론 인터뷰서
"자사고 시대적 소명 다해"
<한겨레 라이브>에 출연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5층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이 시작되기 앞서 진행자인 김보협 영상부문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북 상산고 등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논란에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교육부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유 장관은 또 문재인 정부의 고교체제 개편 공약에 맞춰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등이 ‘지정취소 부동의’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에 관해선 “사실이 아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장관은 25일 <한겨레>의 유튜브 기반 생방송 뉴스 ‘한겨레 라이브(LIVE)’(https://www.hani.co.kr/arti/hanitv/?_fr=mt2)에 출연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전날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서 진행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 장관은 ‘한겨레 라이브’에서 “이명박 정부 시기 서울만 해도 자사고가 20여곳 늘었는데, 자사고가 우수한 아이들을 선점하면서 고등학교가 서열화되고 입시 경쟁이 심화됐으며 사교육이 늘어났다”며 “본래 취지가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주장한 자사고 설립 근거가 된 시행령 조항 삭제를 통한 폐지가 아니라, 교육청 평가와 교육부 동의 등 현행법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개별 학교의 탈락 여부를 결정하겠단 것이다. 유 장관은 일괄 폐지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고 갈등적 요소가 있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유 장관은 일부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교육부에 상산고 자사고 취소 결정에 ‘부동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점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정해진 자문위 등의 절차를 거쳐서, 실제로 운영평가의 기준이나 방식이 적법했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권한을 최종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유 장관은 학령인구 급감,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미래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도 고교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한 우수 학생끼리만 경쟁하는 시스템으로는 미래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며 “정부는 고교학점제, 자유학기제 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5 교육과정 개편으로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듣는 방식으로 특기 적성을 키울 수 있어, 이를 확대하면 자사고 취지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특정 학교를 자사고로 운영하면서 그 학생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일반고의 더 많은 다수 학생에게 고교학점제나 다양한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는 “2020년도까지 평가가 끝나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다른 지역보다 높은 80점의 재지정 기준을 적용한 전북교육청 결정을 두고서도 “평가기준을 정하고 운영하는 것은 교육감 권한이며 (교육부가) 협의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등교육 혁신 방안과 관련해서는 “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성장하고 일자리를 얻고 취업 후에도 전문성 높이는 교육을 받는 선순환 생태계가 이뤄지도록 각 지역의 대학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산업체가 함께 하는 협력체계를 만들고자 한다”며 “대학 관계자들과 협의와 정책연구 결과 후 한 두 달 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교육부가 주요 사립대 16곳을 2021년까지 종합감사하기로 했는데, 일부에서 ‘사학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제기한 것을 두고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고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혁신방안을 만들어 재정지원도 늘리고 대학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 있어 신뢰를 높이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원칙에서 순차적으로 감사를 하겠다는 것이며 교육부가 ‘칼자루’를 쥐고 사학을 흔들려 한다는 시각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7월 초 13개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자사고의 시대적 소명이 다했다”고 말했다. 교육감은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 운영의 자율성 부여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일반고도 자사고와 같은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받아, 이제는 자사고의 시대적 소명이 다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나 선택 교육과정 등의 정책으로 “자사고가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에 편입돼도 건학이념에 맞는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 학교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반고로 바뀌는 자사고에 대해선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양선아 최원형 기자 anmadang@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이슈인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99331.html?_fr=mt2
【더 친절한 기자들】 자사고 폐지하면 고교 교육이 하향평준화 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