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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격조 있고 흥미로운 박물관이 되려면

등록 :2020-11-23 17:55수정 :2020-11-24 02:36

[쉬운 우리말 쓰기] 박물관 속 우리말 | 12회
유물을 안내하는 설명문은 쉽고 간결하고 정확해야 하며 어려운 낱말에는 주석을 달아주어야 하는 등 시민들을 위한 배려가 필수다. 제주박물관 전경. 신정숙 기자
유물을 안내하는 설명문은 쉽고 간결하고 정확해야 하며 어려운 낱말에는 주석을 달아주어야 하는 등 시민들을 위한 배려가 필수다. 제주박물관 전경. 신정숙 기자

국립제주박물관은 아담하다. 상설전시실 하나와 기획전시실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제주의 역사와 유물, 문화 요소들이 소박하게 전시되어 있다. 이곳을 다 돌아보고 나니, 빼어난 자연환경에 반해 얼마간이라도 살아보고 싶은 섬으로만 생각했던 제주도의 깊은 속을 조금은 알게 된 듯하다.

한반도에 고구려·백제·신라·가야가 들어설 때 제주에는 탐라국이 생겼으며, 고려 중기부터 육지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원나라와 고려의 연합군에게 끝까지 저항한 삼별초의 마지막 거점이 되기도 했다. 조선의 지배를 받을 때는 귀한 토산품인 감귤, 말, 전복 등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공납이란 명목으로 빼앗겼고, 200년 동안이나 섬 밖 이동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한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외로운 섬이라 유배 오는 사람도 많았는데, 한때 임금이었던 광해군을 비롯해 우의정·좌의정에 세자의 사부 노릇까지 한 최고 권력자 송시열 같은 이도 여든세살이란 나이에 이곳에 왔고, 명작 <세한도>를 남긴 김정희, 의병장 최익현도 이곳에서 유배를 살았다. 현대에는 제주 사람들에게 너무나 아픈 상처를 남긴 4·3도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본 뒤 <상설전시도록>을 사서 찬찬히 읽어보았다. 박물관을 책 속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그런데 책장을 몇장 넘기지도 않아서 빠진 글자와 틀린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약 2만 5천년 이 곳 제주에 최초로 인류가 등장하게 되면서 제주에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13쪽)

→약 2만 5천 년 전 이곳

*서귀포층은 서귀포 앞바다에 형성된 층이다. 지금은 사라진 연체동물화석을 비롯하여 유공충, 개형중, 완족류, 산호, 고려뼈, 상어 이빨, 생물흔 화석 등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나라 신생대 제4기 초기의 자연환경과 퇴적환경을 살필 수 있다. (17쪽)

→고래뼈

*신석기시대의 물고기 낚시 방법은 낚시줄에 하나의 낚시바늘을 달아 사용하는 단식 낚시와 (51쪽)

→낚싯줄 →낚싯바늘

제주로 유배 온 추사 김정희를 김석인이 흠모하여 그린 김정희 초상화. 신정숙 기자
제주로 유배 온 추사 김정희를 김석인이 흠모하여 그린 김정희 초상화. 신정숙 기자

박물관 안내문에서도 맞춤법에 맞지 않는 낱말이 여러 개 보였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이런 모습은 박물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큰 문제가 아닌가.

*<탐라순력도>는 1703년 제주목사 이형상李衡祥.1653~1733이 화공畫工 김남길金南吉의 손을 빌어 재임기간 중에 있었던 중요한 순간들을 그린 그림입니다.

→빌려

*김석윤은 제주 광양에 있는 창의소를 급습한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옥고를 치뤘다.

→치렀다.

쉽고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이 되도록 아래와 같은 글들도 다듬었으면 한다.

*섬 중앙에 위치한 한라산은 용암이 분출되어 만들어진 순상화산체로 현무암과 조면암이 번갈아가면서 분출하여 이루어졌다.

→자리한, 있는 →뿜어져 나와 생긴 방패 모양 화산으로

*구연부가 벌어진 민무늬토기와 다양한 종류의 간석기가 사용되었다.

→아가리

*김정은 조광조가 주도하던 개혁 정치를 함께 이끌었던 사람으로 기묘사화己卯士禍 때 진도에 유배되었다가 제주로 옮겨진 뒤 36세의 젊은 나이로 사사賜死되었다.

→사약을 받고 죽었다.

제주시 건입동 산지항에서 출토된 오수전. 신정숙 기자
제주시 건입동 산지항에서 출토된 오수전. 신정숙 기자

그리고 주석을 달아주어야 하는 어려운 낱말들도 있었다.

*그림의 아래쪽에는 무관직, 백성人民, 논과 밭, 성정군, 창고의 곡식 수량을 공통적으로 기록하였다. 제주목과 달리 정의현과 대정현에는 목자牧子보인保人, 말과 검은 소의 수량을 더 기록하였다.

※ 성정군: 성을 지키는 군사들.

※ 목자: 마소를 관리하는 사람.

※ 보인: 군사가 되는 대신에 베나 무명 따위를 나라에 바치는 사람.

*제주시 건입동 산지항에서 출토된 오수전五銖錢, 화천貨泉, 대천오십大泉五十, 화포貨布, 본뜬거울倣製鏡, 칼 꾸미개 등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유적에서 출토된 한국식동검韓國式銅劍, 제주시 삼양동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 검과 옥환玉環 등은 대외교류의 증거입니다.

※ 중국의 옛 동전들. 모두 둥글고 가운데 네모 구멍이 뚫려 있으며, 각각 ‘五銖錢’(오수전), ‘貨泉’(화천), ‘大泉五十’(대천오십), ‘貨布’(화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 본뜬거울: 중국 한나라의 거울을 본떠 우리나라에서 만든 청동거울.

※ 옥환: 옥으로 만든 고리.

올해 5월부터 전국의 국립박물관을 돌아보며 공공기관인 국립박물관에서 안내문을 쉬운 공공언어로 잘 쓰고 있나 살펴보았다. 박물관은 예전과 견줄 수 없을 만큼 격조 있고 흥미로운 공간이 되어 있었다. 우리 사회의 품격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일 테다. 안내문도 박물관을 찾는 다양한 사람을 배려하며 보통 사람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다듬는다면, 박물관은 지금보다 더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역사문화 공간이 될 것이다. <끝>

글·사진 신정숙 교열부 기자 bom1@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분원) 부교수 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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