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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단독] 수도권 사립대 15곳만 정원감축 무풍지대…감축분 1.7%만 분담

등록 2021-06-10 04:59수정 2021-06-10 08:21

대학교육연구소, 대학 구조조정 분석

학부생 1만5천 이상 15개 대형 사립대
전체 7만3천명 감축할때 1242명만 줄여
입학정원 비중 9년새 9.97%→11.25%

전임교원 확보율·법인 재정기여도 더 낮은데
수도권 이점·학벌주의 후광에 학생쏠림
지역 몰락·수도권 과밀화 부추겨
5월27일 전국대학노동조합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대는 학생 수 감소로 학교의 운영과 존립을 걱정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대학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큰 만큼 지자체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27일 전국대학노동조합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대는 학생 수 감소로 학교의 운영과 존립을 걱정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대학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큰 만큼 지자체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대형 사립대 15곳이 내년도 대학 입학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이지만, 지난 9년간 진행된 대학 입학정원 구조조정에서 분담한 입학정원 감축분은 고작 1.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한 대학 구조조정으로 전체 대학 입학정원은 7만3342명이 줄었는데, 수도권 대형 사립대는 1242명만 감축했다. 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을 평가한 결과인데, 이는 우수한 교육 여건 등 자체 경쟁력 덕분이라기보다는 수도권 소재라는 지리적 이점과 학벌주의의 후광을 업은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9일 민간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대형 사립대 15곳의 2022학년도 입학정원(분교 제외)은 5만3092명으로, 2013학년도 5만4334명에 견줘 1242명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대학 입학정원은 54만5072명(341곳)에서 47만1730명(333곳)으로 7만3342명 감소했다. 수도권 대형 사립대는 학부 재학생이 1만5천명을 넘는 곳들로, 가천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15곳이다. 대학 입학생 10명 중의 1명은 이들 15곳에 들어갈 정도로 대학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대학 구조조정은 ‘남의 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임교원 확보율 등 교육 여건은 15곳을 뺀 나머지 4년제 사립대들을 이르는 ‘중소규모 사립대’보다도 열악했고 법인 재정 기여도도 더 낮았다.

15곳의 평균 전임교원 확보율(의학계열 제외)은 73%로 중소규모 사립대(74.4%)에 견줘 낮았고,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의학계열 제외)도 30.4명으로 중소규모 사립대(29.5명)보다 많았다.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지출도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대학 지출 총액 대비 실험실습비, 기계·기구구매비, 도서구매비 등의 비율을 따져보니 15곳 평균 3.2%로, 중소규모 사립대(3.9%)보다 낮았다. 법인의 재정 기여도를 보여주는 교비회계 수입총액 대비 법인전입금 비율 역시 15곳 평균 2.8%로 중소규모 사립대 평균 4.6%에 크게 못 미쳤다.

보고서는 수도권 대형 사립대들이 지금처럼 정원 감축에 소극적이면 신입생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 구실을 하면서 비수도권 중소규모 사립대학의 몰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만 18살 학령인구는 올해 47만6천명에서 2024년 43만명, 2035년 37만명, 2040년 28만명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도권 대학과 지방국립대 입학정원이 26만명 정도인 점을 고려해 단순 비교하면 앞으로 20년 뒤엔 대부분의 비수도권 사립대는 설 자리가 없다. 하지만 비수도권 대학이 몰락하고 나면 지역은 공동화되고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앞서 2013년 이후 진행된 1·2주기 대학 구조조정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전체 대학 입학정원에서 15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9.97%에서 2022년 11.25%로 되레 늘어났다.

문제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될 3주기 대학 구조조정 역시 1·2주기와 마찬가지로 15곳 대학을 비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서 수도권 대학도 최대 50%까지 정원 감축 권고 대상이 된다고 밝혔지만, 15곳 대학 대부분은 정원 감축 권고 대상을 가를 ‘유지충원율’(신입생과 재학생을 아우르는 학생 충원율)을 어렵지 않게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학벌주의 후광 아래서 입시와 편입 시장의 압도적 선호도를 바탕으로 학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을 대신해 경기·인천에 있는 중소규모 사립대들이 정원 감축 권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수도권 대형 사립대 15곳의 정원 감축은 비수도권 대학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며 “지금 상황이 유지되면 국내는 몰라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세가 워낙 가파른 만큼 정부는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대학들은 법인 기여도 확대 등 재정 지원에 상응하는 자구노력을 하면서 15곳을 포함해 전체 대학의 정원을 동시에 감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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