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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외발자전거 탄 동심 “넘어지지 않아요”

등록 2006-02-05 19:24수정 2006-02-06 08:47

학교 운동장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는 신리분교 ‘외발자전거팀’. 왼쪽부터 조준혁(11·4년), 오성진(12·5년), 김용석(11·4년), 문정수(10·3년), 강일선(10·〃)군. 박상철 교사 제공
학교 운동장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는 신리분교 ‘외발자전거팀’. 왼쪽부터 조준혁(11·4년), 오성진(12·5년), 김용석(11·4년), 문정수(10·3년), 강일선(10·〃)군. 박상철 교사 제공
화성 동탄 신리분교 아이들의 외발자전거 사랑

도망치는 술래도, 뒤를 쫓는 아이들도 모두 외발자전거를 탄다. 줄넘기도 외발자전거에 탄 채로다. 서커스단이 아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동탄초등학교 신리분교장(교장 변미량)에서는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다. 교사 3명에 학생 40명인 이 작은 학교 학생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외발자전거를 탄다.

부모 보살핌 2%부족 의기소침
“뭔가 특별한것 한다” 자신감

2004년 여름,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이 학교 박상철(36) 교사의 눈길이 화면에 꽂혔다. 강원도 정선 초등학생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문득 ‘우리 아이들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해보자.’

3·4학년 담임인 박 교사가 외발자전거란 독특한 놀이 거리에 주목했던 것은 학생들을 감싸고 있던 우울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부모가 외지에 나가 일을 하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많고, 함께 사는 부모들도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일하느라 아이들 챙겨줄 시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생 수도 적고 조용한 시골이라 더 그랬어요. 수업 분위기도 축 처질 때가 많았어요.”

자매결연을 맺은 한 복지재단이 보내준 성금을 활용했다. 영어를 가르치다 미국으로 돌아간 한 원어민 교사도 애정을 보탰다. 대당 10만원선인 외발자전거 13대가 생겼다. 타기 강습은 5학년 담임 이보연(43) 교사가 맡아 방과후 특기적성활동으로 시작했다. 이 교사도 같이 연습했다.

전교생 절반 능숙하게 타
기술 뛰어나 공연도 다녀

외발자전거 타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운동장 한바퀴를 돌면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다. 그러나 재미에 불을 붙여놓자 아이들은 신나게 빠져들었다. 누가 잘 타나 겨루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새 기술을 직접 찾아 배우면서 일취월장했다. 외발자전거를 타고 술래를 잡는 놀이도 이렇게 생겨났다. “역시 아이들이 훨씬 빨리 배우더라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애들이 훨씬 잘 타요.”


기술보다 더 크게 바뀐 것은 아이들의 표정이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이던 아이들이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밝아졌다. “남들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지난해까지 학교 팀 ‘리더’였던 오성진(12)군도 그랬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아무도 없거나 동생 혼자뿐이었어요. 학교에서 자전거 타니까 훨씬 좋았죠.” 성진이는 혼자 술래가 되어 네 명에게 쫓겨다녀도 잘 안 잡힐 정도다. “세계에서 외발자전거를 가장 잘 타는 사람이고 싶어요.”

6학년은 없는 이 학교 3~5학년 25명 가운데 15명이 능숙하게 외발자전거를 탄다. 3~5학년 5명으로 꾸린 ‘외발자전거팀’은 학교의 자랑거리가 됐다. 학교 강당 준공식과 근처 관공서 행사에 나가 공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에는 <한국방송> ‘쇼파워비디오’란 프로그램에 나가 방송까지 탔다.

성장하고 배운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박 교사도 외발자전거로 교사의 몫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풀어나가는 법을 금방 깨닫거든요. 저는 옆에서 잡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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