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9년 9월2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장학금 확대와 학자금대출 무이자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2년 ‘반값등록금’을 최초로 도입한 뒤 10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한 서울시립대가 내년부터 외국인 유학생에 한해 등록금을 최대 2배로 올리기로 해 학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립대는 지난 11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어 내년에 입학하는 외국인 유학생 중 학부생의 등록금을 현재보다 100%, 대학원생은 20%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인문사회계열 학부 기준으로 한 학기에 내·외국인 학생 구별 없이 102만2000원이던 등록금이 외국인 학생에게는 204만4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인상된 등록금은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대학알리미 공시를 보면 지난해 기준 시립대의 외국인 학생 수는 580명이다.
학교 쪽은 등록금 인상이 몇 년 전부터 논의됐던 것이고, 유학생 지원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유학생을 대상으로 필요한 지원과 적절한 등록금 수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오고 다른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사례도 조사해왔다”며 인상률 100%는 국내 국·공립대 인문사회계열 학부 평균 등록금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내에서는 등심위의 이런 결정을 두고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는 외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급격한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내국인 학생 등록금을 올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대신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으로 조금이라도 학교 재정에 숨통을 틔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재학생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외국인 등록금 올리기에 반대하는 서울시립대 학생들’이라는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외국인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등록금 부담도 크고 이미 외국인 학생들 상당수가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며 “외국인 학생들만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서울시립대 재학생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학교 행정처리 방식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무작정 ‘너넨 세금 덜 내니까 두 배 내도 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올려도 어느 정도 납득 선에서 점차 올려야지”라는 의견이 올라왔다. 자신을 외국인 유학생이라 밝힌 한 익명의 글쓴이는 “외국인들도 한국 학생처럼 알바하고 공부하고 열심히 산다. 한국인 학생들이 해외에서 같은 일(을) 당하면 반응이 궁금하네요”라고 적었다. 일부 재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이라는) 서울 시민 혜택을 왜 외국인에게 주느냐”라는 의견을 적은데 대한 반박이다.
학교 쪽의 기대와 달리 급격한 등록금 인상이 되레 유학생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11일 열린 등심위에서 한 위원은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그만큼 떨어져서 인원도 다 채울 수 있는지, 양질의 학생들이 오는 경우가 조금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그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반값등록금을 외국인에게도 적용하는 게 맞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세입 증가분은 장학금 확대나 한국어 교과과정 확충 등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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