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이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쿠팡이츠와 점주 간 맺은 약관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새우튀김 환불 요구’에 시달리다 한 음식점 주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사건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배달대행업체인 쿠팡이츠가 자영업 점주들과 맺은 약관(다수와 계약을 체결하고자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이 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소상인과 시민단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28일 쿠팡이츠의 약관에 대해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7개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영업자에게는 불리하고 쿠팡이츠에게는 유리한 조항이 담긴 약관을 공개했다. 쿠팡이츠 등 배달앱이 이용 후기·별점 등을 매장 평가의 절대적 지표로 삼고 있는데, 점주의 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이 바로 이런 불공정한 약관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공개된 약관에는 점주의 이의 제기나 소명 없이 쿠팡이츠가 소비자들의 평가만으로 자의적 판단을 통해 계약 해지 등을 할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쿠팡이츠 서비스 이용 약관 - 판매자용’(판매자용 약관)을 보면, 쿠팡이츠는 주의·경고·광고중단·계약 해지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는 사유로 ‘고객의 평가가 현저히 낮다고 회사가 판단하는 경우’, ‘고객으로부터 민원이 빈발해 판매자로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회사, 고객 및 기타 제3자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놓고 시민단체들은 “‘현저히 낮은’, ‘민원이 빈발’과 같은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판단 우려가 있는 표현을 사용했고, 판단 주체를 쿠팡이츠로 한정했다”고 지적하며 “제3자 범위에 대한 해석 역시 자의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등 서비스 이용계약과 무관한 사유를 포함하고 있어 점주들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쿠팡이츠는 다른 배달앱과 달리 점주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시정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판매자용 약관 제9조는 계약 해지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점주에게 이를 통보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놓고 “해당 조항은 최고(독촉하는 통지)와 시정기회를 부여하는 절차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해 판매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명할 기회를 원천차단하고 있다”라며 “배달의민족의 경우 ‘7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위반 사항의 시정을 최고’한 뒤 미시정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약관을 보면 쿠팡이츠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점주는 고객들의 무리한 환불 요청 등 부당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의 성장을 위해 점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속하고 엄정한 심사로 쿠팡이츠 판매자용 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의 한 분식집 주인은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니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악성 민원 때문에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통화하던 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지난달 말 숨졌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배달앱 운영 사업자는 허위·악성 리뷰나 ‘별점 테러’로 매출에 큰 타격을 주는 블랙컨슈머로부터 점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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