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외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성희롱 신고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결론 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시정조치를 지시했다. 회사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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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겨레>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노동부 평택지청은 2일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공문을 보내 “지체없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해 징계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근무장소 변경 등의 적절한 조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평택지청은 오는 16일까지 회사에 시정기간을 주고 기한 내 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사법처리 할 방침이다.
앞서 쿠팡의 경기도 한 물류센터에서 지게차 운전을 하던 계약직 직원 ㄱ씨는 ‘회사에 성희롱 피해를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조사와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 5월 평택지청에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신고했다. ㄱ씨는 관리자 ㄴ씨가 업무 중인 자신의 모습을 몰래 촬영해 새벽에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거나,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성희롱을 당했다고 4월 안성물류센터 인사팀에 신고했다. ㄱ씨는 ㄴ씨가 보냈던 사진을 비롯해 그가 “앞으로 이런 일 다시 없을 것이고 미안하다”며 사과한 카카오톡 메시지 화면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인사팀은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5월 ㄱ씨를 회사에서 내보냈다.
평택지청은 ㄴ씨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평택지청은 ㄱ씨에게 보낸 ‘신고사건 처리상황 통지문’에서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됐으나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고 알렸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받으면 지체 없이 조사해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성적 불쾌감 등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쿠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회사는 평택지청의 결정을 받아들여 가해자를 징계하겠다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당국의 결정을 존중하며, 가해자 징계 등 시정지시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며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본인이 원할 경우 복직을 포함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기존 (성희롱 신고 처리) 절차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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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성희롱 피해자에 설명없이 신고 기각…문자로 ‘계약 끝’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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