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교 동창 스폰서로부터 금품·향응 등을 받은 대가로 수사편의를 봐준 이른바 ‘스폰서 검사’ 김형준(51) 전 부장검사의 뇌물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겼다.
서울중앙지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 전 부장검사 사건을 지난달 공수처로 이첩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공수처로 사건을 이송했다. 이송 사유 등 자세한 사항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직접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부장검사는 중·고교 동창인 ‘스폰서’ 김아무개(51)씨의 수사편의를 봐주며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공수처로 이첩된 혐의는 2016년 검찰이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을 수사하며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종결한 내용이다. 당시 대검찰청은 김 전 부장검사가 검찰 출신 박아무개(51) 변호사에게 빌린 4천만원을 뇌물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폰서’ 김씨가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는 김 전 부장검사가 2016년 3~9월 박 변호사의 범죄혐의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3차례에 걸쳐 4천만원을 뇌물로 받았다며 2019년 10월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1년가량 수사를 이어오다 지난해 10월 말,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이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지 않고 직접수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에 담은 ‘공소권 유보부 이첩’(수사는 검찰에서 하고 공소제기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을 조건으로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할 수도 있지만,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이 이에 응하지 않은 만큼 검찰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 처리와 관련한 물음에 “사건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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