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달 1일 취임 이후 검찰 간부 인사와 직제개편안 개정을 법무부와 협의하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월성 원전 조작 의혹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 사건 수사를 매듭지으며 숨 가쁜 한달여를 보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인사 등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주요 사건 수사를 비교적 갈등 없이 매듭지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총장 취임 직후 이뤄진 대검·고검 검사급 인사는 내부 아쉬움과 함께 줄사표라는 후유증을 남겼다. 전·현직 장관 등을 보좌하며 정부와 가깝다고 분류됐던 검사들은 승진하거나 주요 보직으로 이동했고, 윤석열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거나 여권 관련 수사에 각을 세웠던 이들은 비교적 한직으로 전보됐다. 현 정부 관련 주요 사안을 수사했던 팀장들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다. 인사 이후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과 <채널에이(A)> 검·언유착 사건 등을 지휘한 나병훈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한직으로 밀린 중간 간부급 검사들이 사표를 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인사에서 김 총장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아 내부적으로 볼멘소리가 나왔다. 수장으로서 아쉬움이 남는 행보”라고 말했다. 김 총장도 이런 내부 반응을 의식한 듯 1일 검사 전출식에서 “인사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검찰에 한직은 없으며 여러분 모두 영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 조직개편안 개정안에 대한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김 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내부 우려를 적극 전달해 ‘장관 승인’ 규정이 빠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럼에도 수사권 축소는 결국 막지 못했다는 불만이 공존한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등 정권 관련 주요 사건 수사팀 교체를 앞두고 주요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겨 수사를 매듭지은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 검사는 “대검과 수사팀이 신경전을 벌이긴 했지만 결국 수사팀 교체 직전 피의자들을 기소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던 김 총장이 최소한 자존심은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을 지낸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조직개편이나 인사는 결국 장관의 권한이어서 막 취임한 김 총장으로선 운신의 폭을 좁았을 것”이라며 “김 총장에 대한 평가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중립성 유지나 검-경 수사권 조정 안착, 공수처와 관계 설정 등 디테일한 상황 관리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김 총장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사건 수사 마무리와 월성 원전 의혹 사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배임교사 혐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등이 대표적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김 총장이 주요 사건 수사팀이 모두 교체를 앞두고 기소를 승인하지 않았다면 내부 반발이나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윤 전 총장 아내 사건 역시 이른 시일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이 사건을 계속 들고 있는 것 자체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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