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회사 내부비리 관련 민원을 해당 회사에 유출한 공무원의 행위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6일 “회사 내부비리와 관련된 진정인의 민원 내용을 회사에 유출한 시청 공무원의 행위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관할 시장에게 해당 공무원에게 서면경고를 하라고 권고했다.
진정인은 시청 공무원이 회사 내부비리와 관련된 민원 내용을 회사에 유출해 자신의 신고 사실이 드러났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진정인은 2019년 6월25일 ㄱ시청에서 근무하는 피진정인에게 전화해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했고,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가 청년지원사업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는 것 같다’며 회사가 시로부터 어떤 보조금을 받고 있는지 물었다. 이후 피진정인은 해당 회사 전무에게 전화해 ‘최근 부당해고를 당한 사람이 있냐’고 질문하고, 전무가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진정인이냐’고 묻자 진정인이 본인에게 전화했다며 민원 내용을 전무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해당 회사 전무에게 진정인의 민원 내용을 전달한 것은 진정인의 민원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진정인의 해고 사유를 확인하고 민원 내용에 대한 회사 쪽 입장을 들어보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회사의 보조금 부당 수령 등과 관련된 내부비리 고발 성격의 민원이었으므로 고발한 사람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은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진정인임을 해당 회사 전무가 특정할 수 있게 했고, 결국 진정인이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해당 회사에 확인해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공무원이 업무 수행 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는 “피진정인은 당시 사업의 부당지원 및 부당해고 여부에 대한 조사 권한 있는 부서 직원이 아니었음에도, 단순히 진정인의 해고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민원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했다”며 “수집된 민원 정보를 민원 처리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의 행위는 진정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민원 내용을 제삼자에게 누설한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법, 지방공무원법,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등에 위배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진정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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