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지난달 26일 밤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족과 노동조합은 “지병도 없었던 50대 노동자가 갑자기 사망한 것은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며 산업재해 신청을 할 계획이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26일 밤 11시께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ㄱ(59)씨를 발견했다.
ㄱ씨는 기숙사 한 동을 혼자 담당하는 청소노동자로 지난달 26일 아침 8시에 출근해 기숙사 청소 등의 업무를 했다고 한다. 이날 낮 12시 퇴근할 예정이었던 ㄱ씨는 오전 11시18분께 동료 청소노동자 1명과 통화했으며, 오전 11시48분께 딸과 통화했다. 이후 ㄱ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날 밤 10시까지 연락이 되지 않자 가족들이 경찰에 ㄱ씨의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경찰은 휴게실 침상에서 숨진 ㄱ씨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료 청소노동자들은 “ㄱ씨가 지병이 없었고, 평소 아프다고 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1년 반 전인 2019년 11월 입사 당시 체력검사에도 문제 없이 통과했다고 한다.
동료들은 ㄱ씨가 최근 부쩍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ㄱ씨가 혼자 일하던 기숙사 ㄴ동은 이 대학 기숙사 중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로 4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다. ㄱ씨는 8개의 화장실과 4개의 샤워실을 청소해왔고, 100ℓ짜리 대형 쓰레기봉투로 매일 4개 층의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쓰레기 등을 옮겼다고 한다. 한 청소노동자는 “ㄴ동은 청소할 곳이 너무 많고, 가장 힘든 곳으로 꼽힌다. ㄱ씨 전에 ㄴ동을 담당했던 청소노동자도 ‘안 바꿔주면 그만두겠다’고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 최근 학교 쪽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제초작업을 지시해, ㄱ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ㄱ씨가 기숙사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학교 간부에게 “제초작업까지 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항의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ㄱ씨와 청소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제초작업도 해야 했다.
앞서 폭염이 한창이던 2019년 8월에도 서울대 제2공학관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에어컨도 없는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열악한 노동환경이 공론화된 바 있다. 이후 서울대는 뒤늦게 노동자들의 휴게실 개선에 나섰고, ㄱ씨가 숨진 채 발견된 ㄴ동 휴게실에는 에어컨과 창문이 있는 상태였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대시설관리분회는 제초작업 추가 등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ㄱ씨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7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에 개선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ㄱ씨의 가족과 함께 ㄱ씨의 산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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