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메타버스’ 저자 김상균 교수 인터뷰
내 아바타에 과감하게 피어싱 뚫고
가상공간 앱 ‘제페토’ 등 오가며 만나
“코로나로 비대면 생활 불가피하자
디지털 삶에 대한 두려움 크게 줄어”
‘메타버스’ 저자 김상균 교수 인터뷰
내 아바타에 과감하게 피어싱 뚫고
가상공간 앱 ‘제페토’ 등 오가며 만나
“코로나로 비대면 생활 불가피하자
디지털 삶에 대한 두려움 크게 줄어”
지난 5일 가상현실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town)에서 레고 인형을 닮은 김상균 강원대 교수의 아바타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도심 빌딩 옥상 카페 한켠에 아바타들의 현실 얼굴을 볼 수 있는 화면이 뜬다. 게더타운 화면 갈무리
아바타 기반 메타버스 앱 ‘제페토’에서 만난 김상균(왼쪽) 교수. 한 바닷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배경으로 ‘포토부스 프로필 사진 같이찍기’ 기능을 활용했다.
“성별·인종 등 경계 없는 공간 가능
힘겨운 현실 감추는 기술 우려도”
로맨스 스캠 등 범죄 대책도 마련돼야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town)으로 자리를 옮겼다. 웹브라우저 인터넷 창에 주소만 입력하면, 누구나 접근이 쉬운 메타버스의 하나다. 환한 불빛이 주위를 감싼 빌딩 옥상 카페에서 레고 인형을 닮은 김 교수의 아바타와 마주 앉았다. 제페토와 달리, 화면 한켠에는 현실 속 실제 얼굴을 볼 수 있는 화면이 나왔다. ―방 없는 호텔 ‘에어비앤비’, 요리 안 하는 식당 ‘배달의민족’도 메타버스의 영역이라던데. “에어비앤비나 배달의민족은 ‘거울세계’에 해당하는 메타버스다. 거울세계는 실제 존재하는 호텔이나 식당들을 5인치짜리 스마트폰 안에 압축해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이다. 다만, 진짜 거울의 단면처럼 메타버스의 거울세계도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달앱이 소비자들에게 수천개 식당을 보여주지만, 비 오는 날 배달하다 다치는 배달원의 현실 같은 건 메타버스의 거울세계 속에서는 감춰진다.” ―메타버스가 산업적으로도 막대한 효과를 내고 있다. 구글맵처럼,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지도(구글맵)로 메타버스 속에서 세계의 밑그림을 갖게 된 경우도 있다. “외국에서는 여행이나, 길을 찾을 때 구글맵을 많이 쓴다. 기본적으로 지도 이용료를 받을 수 있고, 여행, 부동산, 교통, 운수 등을 활용한 사업에서 사용료나 광고비 수입도 막대하다. 내가 책에서 ‘세계의 밑그림’을 가졌다는 표현을 쓴 까닭이다. 구글뿐이 아니다. 애초 무료로 시작됐던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최근 빠른 속도로 상업화하고 있다.” ―‘어스2’는 가상의 땅을 실제 돈을 주고받으며 거래하는 메타버스의 하나다. 가상화폐처럼 좀처럼 이해가 안 된다. “고급 의류 회사가 ‘어스2’에서 가상의 뉴욕 땅을 산 뒤 여기에 온라인 전시장을 짓는다고 치자. 온라인에서 고급 의류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이 플랫폼으로 몰려올 거다. 인기가 있으면, 비록 가상의 공간이라도 당연히 상업적인 가치가 올라간다. 지금은 ‘어스2’가 땅을 분배하는 단계인데, 사람들이 이 같은 미래 가치를 보고 거래한다. ‘가상’이지만 ‘공간’의 가치를 활용하는 것이다.” 게더타운을 떠나 친숙한 비대면 화상통화 앱 ‘줌’(zoom)에서 김 교수를 다시 만났다. 현실세계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메타버스 안에는 국가, 성별, 인종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메타버스가 사회적 편견이나, 경계를 무너뜨리는 역할도 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메타버스에서는 진짜 성별, 나이를 알기 어렵다. 오히려 상대에 대한 인식, 편견, 경계의 벽이 낮아진 상태로 소통이 시작된다. 제 경험으로는 메타버스 이용자들이 인종이나 성별은 굳이 잘 안 바꾸는 것도, 애초에 이런 편견이 적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문화가 ‘반모’(반말 모드)를 묻는 것이다. 아무한테나 반말을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 두터운 위계인 ‘나이라는 벽’을 지우자는 뜻이다.” ―여전히 메타버스를 낯설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친해질 방법이 없을까. “기업 강연 때, 보통 다섯 단계 미션을 준다. 먼저 내 아바타를 만들어본다. 아주 단순한 것이라도 좋다. 둘째, 그 앱에 있는 가상공간(월드)을 서성거려보자. 그러면 누군가 만날 수밖에 없다. 셋째, 이때 말을 걸어보자. 사진을 찍어도 좋다. 다음으로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자. 기본적으로 만들어둔 월드를 선택해서, 그림이나 쇼파 같은 걸 놓기만 해도 괜찮다. 마지막 단계로 친구나 동료를 나만의 공간에 불러 소통하며 어떤 느낌인지를 보는 거다.” ―메타버스가 팽창하면서 우려나 경계할 점도 있을 것 같다. “가상공간에서 애정을 과시한 뒤 돈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범죄가 대표적이다. 분신과 같은 아바타를 이용하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만난 이들과 친밀감을 느끼는 속도가 현실보다 더 빠를 수 있다. 실제 메타버스에서 아이들을 성적으로 유인하는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로블록스’라는 플랫폼은 3억명 가까운 아이들이 들어와 있는데, 어른들의 성적 발언이나 데이트 유도 등을 막는 장치를 해놨지만 얼마든지 우회할 방법이 있다. 아이템과 관련한 사기 거래도 많이 발생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관리할 부분이 있지만, 불법행위를 막을 법과 제도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는 미래를 어디까지 진화하게 만들까.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눈에 콘택트렌즈를 끼는 것만으로 증강현실을 경험하는 장비가 나온다. 애플이 향후 10년 안에 이와 비슷한 기술을 현실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나 홍콩에서는 뇌파를 읽는 가벼운 모자를 씌워 사람의 감정을 80% 정도 읽어내는 기술이 등장했다. 모자를 쓰고 백화점에 들어가면, 인공지능이 ‘나도 모르는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알려줘 쇼핑을 돕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기술로 제품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사람 간 소통, 기업과 소비자의 연결에 활용되는 사례다. 다만, 메타버스가 고도화하면서 개인의 삶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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