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숨진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ㄱ(59)씨와 관련해 ‘학교 쪽의 직장 내 갑질이 있었다’는 노동조합의 비판에 서울대 학생처장 등이 “노조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정치와 언론이 여기에 편승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구민교 학생처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역겹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구 처장은 “언론과 정치권과 노조의 눈치만 봐야 한다는 사실에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며 “노조가 개입하면서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 유족의 사정이 딱해도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엉뚱한 사람(안전관리팀 관리자 ㄴ씨)을 가해자로 만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인은 16명의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이하 기숙사) 소속 청소노동자 분 중 가장 우수하고 성실한 분 중 한 분이셨고, 문제의 그 ‘필기시험’에서도 1등을 했고, ‘드레스 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며 노조가 제기한 의혹에 반박했다. 남성현 기숙사 기획시설부관장도 공식 누리집에 글을 올려 “노조는 안타까운 사건을 악용해 다른 청소노동자와 유족을 부추겨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친다”며 “해당 관리자를 마녀사냥식으로 갑질 프레임을 씌우는 불미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안전관리팀 관리자 ㄴ씨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와 상관없이 건물 이름을 영어와 한자로 쓰는 시험을 치르게 하고 점수를 공개해 모욕하고, “남성은 정장 또는 남방에 멋진 구두, 여성은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하라는 ‘드레스코드’를 지시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폭로했다.
구 처장과 남 부관장 등 서울대 관계자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노조 쪽에선 서울대 인권센터가 직장 내 갑질과 관련한 조사를 시작되기도 전에 일부 개인들이 발언하고 나선 것이 부적절하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11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성명을 내어 “(구 처장이 쓴) ‘피해자 코스프레’ 또는 ‘역겹다’는 표현은 공격과 혐오에 기반을 둔 2차 가해”라며 “서울대는 (노조의) 폭로로 일이 커지는 것에 분노하지 말고, 그렇게 폭로될 사실이 있다는 것에 분노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새벽부터 나와 청소하는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마당에 사과와 위안을 전하기는커녕 면피할 핑계를 찾는 인식이야말로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라며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노동현장에 가 보고, 노동자의 애환을 한 번은 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박문순 법규정책국장은 “(구 처장 등은) 이런저런 변명을 하기 전에 사과를 먼저 해야 했을 일이다. 10시간 가까이 방치됐다가 가족들 신고로 발견된 ㄱ씨에 대해 산재 여부를 떠나 일말의 책임감 없이 사과 한마디 없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노조도 입장문을 통해 ㄱ씨가 드레스 코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 동료와 ‘나 오늘 나뭇잎 무늬 옷을 입어서 지적받았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데 옷 살 돈을 따로 빼놔야겠다’는 대화를 나눈 사실 등을 제시하며 “구 처장의 반박이 오히려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런 공방과 관련해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구 처장이나 생활관 입장이) 대학본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기숙사 쪽과 게시글 내용에 관한 조율에 나설 것이다. 학교로선 (ㄱ씨 사망에 관한)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결과에 따라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차원의 공식사과 의향에 대해서도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구민교 학생처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갈무리.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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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에게 “건물명 영어로 쓰라” 시험 갑질한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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