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저녁 경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43)씨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받은 혐의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여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13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소환돼 8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 전 위원이 현직 기자로 재직하던 지난해 김씨로부터 골프채 등을 받았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이날 조사에서 이를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위원은 이날 저녁 6시께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에게 “여권, 정권 사람이라는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다. 와이(윤석열 전 검찰총장)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경찰 수사를)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인사가)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며 “저는 ‘안 하겠다, 못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회유했다는 여권 인사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이 전 위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 대변인에 선임됐다가 열흘 만인 지난달 20일 돌연 사퇴했다.
이어 이 전 위원은 “이후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람 중 하나로)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가 됐다”며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던 날(6월29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을 지냈던 자신에 대한 수사가 여권의 ‘정치 공작’이라는 주장이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다른 선물도 받은 적이 있나”, “윤석열 전 총장의 대변인직을 사퇴한 것과 경찰 수사가 연관이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언론에 입장문을 보내 가짜 수산업자 김씨와 관련해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입장문에서 이 전 위원은 “김씨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골프 때 김씨 소유의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며 “이후 집 창고에 아이언 (골프채) 세트만 보관되었다. 풀세트를 선물로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은 “경찰과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은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천호성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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