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아파트의 분양 건축비가 역대 정부 중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분석이 나왔다. 경실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뒤 벌어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20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어 99㎡(30평) 분양 아파트의 건축비가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인 2017년 3억6000만원에서 2020년 6억1000만원으로 2억5000만원 올라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부 중 가장 높은 상승액을 보였다고 밝혔다. 정권별로 분양 아파트의 건축비는 김대중 정부에서 1억1000만원(6000만원→1억7000만원), 노무현 정부에서 4000만원(1억7000만원→2억1000만원) 올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0만원(2억1000만원→1억9000만원) 하락했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1억7000만원(1억9000만원→3억6000만원)이 올랐다. 경실련은 1998년부터 2020년까지 22년간 법정 건축비와, 임의로 선정한 연도별 서울시 내 주요 분양 아파트 건축비를 토대로 이번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정부별 아파트 건축비 변동 자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경실련은 2015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까닭에 건축비가 크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이명박 정부에서 건축비가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때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던 2013∼2014년에는 건축비가 2억1000만원으로 제자리였으나 상한제 폐지 이후 임기 말에는 3억6000만원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2015년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지난해 기준 건축비 상승분은 4억2000만원이다.
법정 건축비와 분양 건축비의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던 이명박 정부 임기 말 분양 건축비는 3.3㎡(평)당 655만원으로 법정 건축비 531만원의 1.2배 수준이었으나, 상한제가 폐지된 박근혜 정부 임기 말 격차가 2배로 뛰었다.
지난해 7월 분양가상한제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됐는데, 경실련은 대상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 제도’ 때문에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제도는 민간 아파트의 법정 건축비를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로 나누고 있는데, 건설사들이 가산비를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산비에는 암석지반공사, 구조, 인텔리전트 설비(홈네트워크, 에어컨냉매배관, 집진청소시스템 등) 친환경 주택 건설 비용 등이 책정되는데, 경실련은 “이 중 상당수는 기본형 건축비 내 공사비 항목에 이미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서울 서초구가 승인한 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평당 건축비는 1468만원인데 이중 가산비는 834만원으로 기본형 건축비보다 200만원 많게 책정됐다. 반면 지난 1월 분양된 경기 의정부시 고산 수자인은 평당 건축비 800만원 중 가산비가 124만원에 불과하다. 경실련은 “고무줄 가산비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의 건축비끼리도 크게 차이가 난다”며 “건설사에 가산비 이윤을 챙겨주고 집값 거품을 조장하는 기본형 건축비를 하루속히 폐지하고 법정건축비는 명확하고 단일한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 건축비를 낮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집값 안정에도 큰 효과가 있다”며 “모든 아파트에 동일한 건축비 상한액을 적용하는 진짜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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