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형틀목수인 건설노동자 이성균(60)씨가 경기도 한 건설현장에서 오전 근무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식당에 도착해 5분 뒤 열화상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니 온도가 38.9도를 가리키고 있다.(오른쪽 사진) . 백소아 기자
이름 석자 적힌 안전모를 벗으니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뜨거운 햇빛에 반짝인다. 간단한 사진 촬영을 위해 워머를 내려달라고 부탁하니 마스크가 나타난다. 마스크까지 벗으니 그제서야 맨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이날 서울 낮 최고 기온은 33도. 그나마 부는 바람조차 후덥지근한데 겹겹이 쌓아올린 복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힌다. 경기도 한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 정덕기(60세)씨와 이성균(55세)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형틀목수로 10년이상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다. 연일계속된 더위에 지열을 그대로 받는 건설현장은 안봐도 불덩일 것이다. 건강과 안부를 물었다.
“더위 그 자체가 힘들어요. 한여름에 물을 거의 말도 못하게 마시는데 그만치 땀으로 나와요. 오늘도 여기 오기 전에 옷을 두 번 짰어요. 짜고 말리고 짜고 말리고”
“구내식당 출입할 때도 꼭 마스크 쓰라고 당부하거든요. 서로 안전을 위해서요. 그런데 요즘 너무 습하고 온도도 올라가니까 어떨 때 한 번씩 숨이 턱 막힐 때가 있어요. 그럴때는 숨쉬려고 얼른 마스크 벗었다 써요.”
폭염에 코로나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에선 지난 여름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가이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이틀 이상 지속되면 무더위시간대(14-17시) 옥외 작업을 단축하거나 작업시간을 조정하게 돼 있다. 35도 이상일 땐 무더위시간대 불가피한 경우 제외한 옥외 작업 중지, 38도 이상일 땐 긴급조치(재난, 안전관리등) 작업을 제외한 옥외 작업 중지를 지켜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145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 수준의 폭염특보 발령시 1시간 일하면 10~15분 이상씩 규칙적으로 쉬는 경우는 22.8% 밖에 안 되고 작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작업을 중지하는 경우는 없다.
20일 행정안전부가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단계에서 ‘경계’단계로 상향함에 따라 고용노동부도 ‘일터 열사병 주의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내용은 지난해 주의보와 다를바 없다. 6~9월까지 실시하는 모든 지도 점검 감독시 열사병 예방수칙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위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시 그에 따른 법적 제재나 벌금같은 것은 없는 상황이다. 과연 노동자가 작업 중단을 요청하면 이뤄질 것인가.
그나마 두 사람이 일하는 현장은 제대로 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안위)로 인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산안위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현장에서 사업자쪽과 노동자쪽 인원으로 구성돼 현장의 안전을 점검하는 협의체지만 있으나 마나한 현장이 대부분이다. 이 현장에는 노조 소속 근로자 위원 2명이 포함돼 있어 그나마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인터뷰 뒤 이 현장은 산안위 협의를 통해 출근시간 땡기고 휴식시간은 줄여 7시-17시까지의 근무시간을 6시-15시로 조정했다.
불더위 속 건설현장에 가장 간절한 것이 무어냐는 질문에 바로 샤워시설을 꼽았다. 지금 현장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이동식 천막이 휴게시설의 전부다. “뜨거운 물 콸콸콸 틀어달라는 거 아니에요. 옛날 어른들처럼 등목 한 번씩만해도 엄청 달라요. 점심 먹고 땀 한 번 닦고 물에 옷 한번 헹궈입으면 컨디션이 달라지니까요.”
기상청은 다음주에도 불볕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폭염에 정부관계부처가 현실적인 대책과 세심한 조처가 필요하다.
10년차 형틀목수인 건설노동자 정덕기(60)씨가 경기도 한 건설현장에서 오전 근무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위 사진) 식당에 도착해 5분 뒤 열화상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니 온도가 39도를 가리키고 있다.(아래 사진)
전국건설노조가 지난 21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건설현장 폭염, 고용노동부가 책임져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건설노조 제공
전국건설노조가 지난 21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건설현장 폭염, 고용노동부가 책임져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건설노조 제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