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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난·참사 가족들, 서울시장에 “세월호 기억공간 지켜달라”

등록 2021-07-25 20:19수정 2021-07-25 20:34

김용균씨 어머니·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등
“모두의 ‘기억과 다짐’의 공간 돼야”
25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철거에 대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유가족에게 26일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했고 이날 오전에도 철거 전 물품을 정리하겠다고 시청 공무원들이 방문했지만 유가족의 반대에 발걸음을 돌렸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5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철거에 대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유가족에게 26일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했고 이날 오전에도 철거 전 물품을 정리하겠다고 시청 공무원들이 방문했지만 유가족의 반대에 발걸음을 돌렸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고 김용균씨 어머니 등 재난·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한을 보내 철거를 앞둔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의 존치를 요청했다.

재난·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모인 시민단체 생명안전 시민넷은 25일 오후 “서울시가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중단하고 존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는 내용의 서한을 오 시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광화문의 기억공간이 단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만을 기억하는 곳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모두의 ‘기억과 다짐’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안전한 나라에 대한 염원과 시민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이 구현되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소중한 공간이 아무런 대안 협의도 없이 사라진다니 비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세월호 참사 이전의 한국 사회는 재난과 각종 안전사고에 대해 개인의 불행이자 우연으로 치부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유족들의 요구로 힘들게 만든 공간조차도 누구도 발걸음 하기 어려운 외진 곳에 방치되는 나라였다”며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큰 변화가 시작됐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 책무이고, 재난과 산재는 대부분 인재이며 막을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세월호 참사의 사회적 의미를 짚었다.

재난·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서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이며 광화문은 서울의 중심지다. 이곳에 ‘생명과 안전의 기억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의 상징이며 대한민국과 서울의 자랑이 될 것”이라며 “오 시장님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안전한 나라 만들기에 가장 솔선수범하신 시장이자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억되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서한에는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 태안화력발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고 이한빛 피디(PD)의 어머니 김혜영씨,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평택항 사고 고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는 지난 5일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유가족들에게 통보했다. 유가족은 공사가 끝나면 현재의 기억공간 자리가 아니더라도 적당한 위치에 크기를 조금 줄여서라도 설치·운영하게 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 요구에 서울시가 답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기억공간의 물품을 정리해 서울기록원에 보관해뒀다가 경기 안산에 설치될 ‘4·16 생명안전공원’으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예고한 대로 오는 26일 기억공간 철거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재난 산재 가족들의 요청’ 서한

철거를 중단하고 대안 마련에 함께 협의해 주십시오.

오세훈 서울시장님께.

코로나 방역과 시정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우리 재난・산재 참사 피해 가족들은 서울시가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중단하고 존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우리는 그제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광화문 기억공간 철거 소식에 또다시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참사로 졸지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기에 세월호 가족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힘들어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광화문의 기억공간이 단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만을 기억하는 곳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모두의 ‘기억과 다짐’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안전한 나라에 대한 염원과 시민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이 구현되는 공간입니다.

그런 소중한 공간이 아무런 대안 협의도 없이 사라진다니 비통한 마음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의 한국 사회는 재난과 각종 안전사고에 대해 개인의 불행이자 우연으로 치부했습니다. 피해자와 유가족들만이 평생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었고 참사는 반복되었습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유족들의 요구로 힘들게 만든 공간조차도 누구도 발걸음 하기 어려운 외진 곳에 방치되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 책무이고, 재난과 산재는 대부분 인재이며 막을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되었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헌법 개정안에는 ‘안전권’ 조항이 별도로 명시될 만큼 ‘생명과 안전’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그간 무수히 발생했던 재난과 산재 참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서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이며 광화문은 서울의 중심지입니다. 이곳에 ‘생명과 안전의 기억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의 상징이며 대한민국과 서울의 자랑이 될 것입니다.

안전 관련 전문가들은 “‘참사를 어떻게 대응하고 그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대하는가’가 그 사회의 ‘인권과 안전 수준의 현주소이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시장님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안전한 나라 만들기에 가장 솔선수범하신 시장이자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억되길 소망합니다.

2021년 7월 25일

김종숙 손인철 오금성 오외숙 강길자 강달원 강문희 강순형 강정순 김기순 김한식 김상열 김상하 김수락 이해암 박진숙 김정강 김주자 김창근 김홍자 남정희 노영일 도성태 도태엽 류예주 박경우 박영로 배석준 서귀자 송춘녀 여봉순 예창준 윤석기 윤성호 이순향 이인재 임연지 장계화 전재영 진숙희 조용래 황순오 황원욱 황명애 (이상,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 유가족)

강석경 (CJ진천공장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어머니)

고석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유가족, 한국어린이재단 대표)

김도현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누나)

김미숙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용균재단 대표)

김시녀 (삼성LCD 직업병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어머니)

김장회 (인천 송도 축구클럽 통학버스 교통사고 유가족, 태호 아빠)

김태양 (충남 아산 스쿨존 교통사고 유가족, 민식 아빠)

김혜영 (CJ E&M tvN 고 이한빛 PD 어머니)

류경덕 (제천화재참사 유가족 대표)

박미숙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 과로사 고 장덕준 어머니)

박민호 (원진산업재해 피해자, 원진산업재해자협회 대표)

박초희 (충남 아산 스쿨존 교통사고 유가족, 민식 엄마)

이대로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동생)

이소현 (인천 송도 축구클럽 통학버스 교통사고 유가족, 태호 엄마)

이용관 (CJ E&M tvN 고 이한빛 PD 아버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이재훈 (평택항 산재사망사고 고 이선호 군 아버지)

이후식 (공주사대부고생 태안해병대캠프참사 유가족, 병학 아빠)

장광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 과로사 고 장덕준 아버지)

정석채 (경동건설 산재사망사고 고 정순규 님 아들)

조순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한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협의회 대표)

최영도 (춘천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 기념사업회, 민하 아버지)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실종자 가족,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황상기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고 황유미 아버지)한혜경 (삼성LCD 직업병 뇌종양 피해자)

- 가나다 순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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