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이에게 음란물 소지죄까지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지죄는 제작·배포죄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ㄱ씨는 청소년 고민 상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성 청소년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성적인 대화를 나눴다. ㄱ씨는 피해자들에게 대화 내용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고, 성 착취 사진과 영상을 찍어 전송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이런 방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162개의 음란물을 전송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ㄱ씨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제작하고 소지한 것을 모두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ㄱ씨에게 음란물 제작·배포 및 소지, 유사성행위, 강제추행 등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7년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공개 5년을 명령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음란물소지죄가 제작·배포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음란물 소지죄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음란물 제작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처벌규정”이라며 “제작·배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고 소지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이므로, 제작과 소지가 수반되는 경우 소지행위를 별도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정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자가 이를 소지한 경우 소지죄는 제작·배포죄에 흡수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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