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법정을 기록하다] 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앞둔 2015년
이들 회사 시장평가 분석한 삼성증권
“물산 주가 빠져있고 모직은 오버밸류”
해석 두고 검찰·변호인단 장시간 신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앞둔 2015년
이들 회사 시장평가 분석한 삼성증권
“물산 주가 빠져있고 모직은 오버밸류”
해석 두고 검찰·변호인단 장시간 신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오버밸류=주가 부풀려졌다’일까? 아닐까?…검찰·변호인단 해석은
사진 언스플래시(※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제일모직 주가가 오버밸류됐다’는 건 삼성물산과 비교해 당시 제일모직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아진 시점이라 합병 이슈 제기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인가요?” (검사)
“오버밸류가 아니고요, 제 생각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속한 업종 성격이 다릅니다. 삼성물산은 건설을 주로 영위하다 보니 PBR이 낮은 산업군에 속하는 회사였고요. 제일모직은 바이오도 있었고 지주사 전환 기대감도 있었고 PBR이 높은 산업군 회사였습니다. 때문에 업종이 상이한 회사가 합병할 때에는 서로 평가에 있어서 이견이 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증인)
“증인은 방금 두 회사의 업종 차이를 말했는데, 업종에 대한 얘기는 여기(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건 왜 기재하지 않았나요?” (검사)
“고평가냐 저평가냐 (검찰이 신문) 하시기에 말씀드린 거였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주가가 빠져있다, 올라갔다는 건 상대적인 표현이라 업종 간 비교(가 어렵다는 걸), 제가 내재적으로 생각한 걸 말씀드린 겁니다.” (증인)
“여기 ‘모직 주가가 오버밸류’라고 썼는데 이 (오버밸류) 뜻이 뭐에요?” (검사)
“고평가입니다.” (증인)
“그럼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말 아니에요?” (검사)
“상대적으로 삼성물산보다 PBR이 높다는 거지 본질가치보다 고평가됐다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증인)
“시장 주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업가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종목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져서 회사 자산이나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주가가 형성됐을 때, 또는 기대감이 낮아져서 주가 낮게 형성됐을 때를 가리켜 각각 ‘오버밸류’ 또는 ‘주가가 빠져있다’고 표현하지 않나요?” (변호인)
“주가가 높게 형성되면 투자자는 주식을 팔 거고 싸면 살 거라서 회사 가치는 주가에 반영됩니다. 고평가, 저평가로 회사 본질가치를 비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이오나 이커머스는 PBR이 높은 업종인데, 업종 간 PBR이 높고 낮음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시기에 따라 저평가, 고평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증인)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해당 종목 또는 업종에 대해 투자자나 시장 기대감이 높아져서 그 회사가 보유한 자산, 영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된 상태를 보통 ‘고평가’라고 하는 거죠? 고평가 의미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보다 주가가 높다’가 아니고, 회사가 가진 특정한 기준, 자산이나 영업가치에 비해 주가 높을 때 일시적으로 고평가돼있다, 이런 의미 아니냐는 겁니다.” (변호인)
“회사가 기존에 영위한 영업가치 외에 성장성이나 지배구조 등이 주가에 포함돼있어서 사업가치보다 높게 주가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본질가치는 영업가치 외에도 성장가치를 다 반영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반영할 경우 주가가 회사 본질가치를 반영한다고 본다는 말입니다.” (증인)
“‘제일모직 주가 오버밸류’라고 하는 건 시장이 모직에 대해 가진 기대감이 높아서, 삼성물산같이 PBR이 1보다 낮은 회사와 달리 순자산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돼있다고 표현한다는 게 ‘오버밸류’, ‘고평가’라고 설명하신 거죠?” (변호인)
“그 부분도 있고, 어쨌든 물산이 속한 건설업종보다 모직이 속한 산업 쪽의 평가가 높겠다는 그런 의미로 쓴 것 같습니다.” (증인)
“증인의 결론도 그렇고 시장이 이해하는 것도 그렇고, 삼성물산은 투자자의 성장 기대감이 낮아 순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낮기 때문에 PBR이 1 미만일 정도로 주가가 빠져있다고 본 것 같고, 제일모직은 투자자의 바이오 성장 기대감, 지배구조 기대감으로 순자산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주가가 오버밸류됐다 이렇게 쓴 것 같은데 맞나요?” (변호인)
“맞는데요, 건설업종의 PBR이 0.6~0.7이라 삼성물산만 PBR이 낮은 게 아니라 업종 자체가 (PBR이)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증인)
■ “그룹 차원 합병인데 삼성증권이 도와야지”…삼성물산 반응의 뜻은?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물산에서 ‘그룹 차원 합병이다, 삼성증권은 그룹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에 대해 증인은 어떻게 받아들였습니까?” (검찰)
“저한테 네고(협상) 목적으로 얘기한 거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증인)
“엘리엇 등의 이슈가 있었고 삼성물산에서도 어렵게 합병했으니 고마워서라도 수수료를 기꺼이 제공해야 할 것 같은데 메일을 보면 주기 싫어합니다. 내용을 보면 합병을 원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검찰)
“그런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증인)
“당시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각으로 몇천억원 돈이 들어와 여유가 있었고, 제일모직은 자사주 매입하는데 돈이 없어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합병이 성사됐으니 삼성물산이 돈을 줄 것 같은데 ‘제일모직에 추가로 받아라’라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검찰)
“삼성물산 자문을 저희만 한 게 아니라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다 같이했는데 이들이 수수료를 30억원 이상 받았습니다. 저희는 골드만삭스같이 받고 싶었던 거고 삼성물산은 협상 용도로 재본 거지 (수수료 안 주겠다) 그런 건 아닌듯합니다. 저희도 30억원 받았는데 적은 비용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증인)
“당초에 삼성물산 경영권 방어 자문 수수료로 삼성증권은 50억원을 제시했지요?” (변호인)
“네.” (증인)
“삼성물산 쪽에서 ‘그룹 차원 합병인데 삼성증권이 도와야 하지 않냐’고 했다고 메일에 썼습니다. 증인 답변은 삼성물산 실무자가 회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협상한 것으로 이해했다는 거지요?” (변호인)
“제가 저 (삼성물산) 입장이면 협상했을 것 같습니다.” (증인)
“삼성증권은 일반 합병 자문만이 아니라 엘리엇의 경영권 공격도 자문했습니다. 엘리엇의 공격이 단순히 삼성물산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증인 포함 삼성증권은 삼성 전체에 대한 경영권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나요?” (변호인)
“저는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펀드의 공격이라고 봤습니다.”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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