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 과정을 담을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의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접수됐다. 서진학교는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이 2017년 학교 설립을 위해 주민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은 곳이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학교 설립에 반대한 일부 주민이 꾸린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ㄱ씨는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법에 <학교 가는 길>에 대한 영화 배급 및 상영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첫 변론기일은 오는 9일이다. ㄱ씨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면 명예가 훼손되고 초상권이 침해될 수 있어 배급과 상영을 중지해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가는 길> 제작사 쪽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악의적으로 표현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가 아닌 데다 제작 과정에서 전방위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인터뷰를 하며 균형감 있고 깊이 있게 다루려고 했다”며 “다큐멘터리의 공익적인 가치를 고려해 상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학교 설립에 앞장선 학부모들은 영화 상영 중단을 막기 위해 나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탄원서를 내어 “우리는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높아져 우리 자녀를 비롯한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더욱 존중받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런 마음을 모아 <학교가는 길> 다큐멘터리 상영금지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작성하게 됐다. 부디 장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줄이고, 우리 사회가 따뜻한 공동체로 거듭나는데 널리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4일까지 시민 동참 탄원서를 받을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11월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내용의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안’을 행정 예고했으나, 서진학교는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개교가 두 차례 연기된 뒤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학교 가는 길>은 서진학교 개교 과정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과 장애인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지난 5월5일 개봉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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