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성(38)씨가 9살·3살 딸을 위해 집 베란다에 마련한 미니 풀장. 이미성(38)씨 제공
주부 이미성(38)씨는 9살과 3살 딸을 위해 지난달 집 베란다에 미니 풀장을 마련했다. “여름이면 아이들을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 데려가 물놀이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가기 어렵잖아요. 아이들이 많이 답답해해서 베란다에서라도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방학과 휴가철로 한창 여행지가 붐빌 시기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여행 대신 ‘집콕’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두 해 연속 이어지는 ‘코로나 휴가’ 탓에 온라인에는 답답함을 해소할 노하우들이 공유되고 있고, 집콕 휴가를 보내는 방법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베란다나 마당, 옥상에 실내용 풀장을 두는 ‘집터파크(집+워터파크)’, ‘베터파크(베란다+워터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2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집터파크’와 관련된 게시글은 2만5천건에 이른다. 1살 아들을 둔 김현지(31)씨는 이날 베란다에 튜브로 된 미니 풀장을 꺼내 물과 공을 채웠다. 김씨는 “수영장 등에는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도 많은데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기 위험할 것 같아 집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4살 딸을 둔 배아무개(39)씨도 “유치원도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며 “아이가 키즈카페 등에 가고 싶어 해 베란다 풀장으로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있다”고 말했다.
배아무개(39)씨가 4살 딸을 위해 집 베란다에 마련한 미니 풀장. 배아무개(39)씨 제공
해외나 바닷가, 노을 풍경 등이 보이는 사진이나 영상을 빔프로젝터로 벽에 투사해 휴가 분위기를 내는 이들도 있다. ‘가짜창문’을 만드는 것이다. 임정은(33)씨는 “코로나19 전에는 1년에 4차례 정도 해외에 갈 정도로 여행을 좋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하니 집에서 여행지 기분이라도 느끼려고 가짜창문을 만들어뒀다”고 했다. 한정아(39)씨도 “코로나로 외부활동이 많이 줄었는데, 기분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을 골라 가짜창문 영상을 틀어놓으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아무개(37)씨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인테리어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데, 가짜창문 영상이 인테리어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자주 틀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아(39)씨가 빔프로젝터로 만든 ‘가짜창문’. 한정아(39)씨 제공
특정 지역의 실시간 영상을 폐회로 텔레비전(CCTV) 등으로 보여주는 ‘라이브캠’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해외나 제주도 등 여행지의 실시간 영상뿐 아니라 강아지가 산책하는 모습 등을 구경할 수 있는 동네 실시간 영상도 인기다. 강릉시 등 일부 지자체도 관광지 소개 등을 위해 라이브캠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 선아무개(44)씨는 “코로나 확산으로 여행하기 어려워지면서 제주도 등 다른 지역의 라이브캠을 자주 보게 된다”라며 “주로 주말에 책을 읽을 때 등 다른 일을 하면서 화면을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될 때 틀어놓는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제주도 라이브캠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심대훈(43)씨는 “성산 일출봉 등 특정 지역의 풍경을 보고 싶어서 간접 여행 삼아 영상을 본다는 구독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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