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교통사고를 낸 경찰 간부가 조사 도중 달아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조사를 맡은 경찰은 음주 측정도 하지 않았고, 감시 소홀로 달아났는데도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 이아무개(54) 경위는 4일 새벽 3시께 강남구 대치동 한 중학교 앞 골목길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옆거울로 길을 걷던 장아무개(22)씨의 어깨를 치는 사고를 냈다. 이 경위는 4시20분께 관할 지구대인 대치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뒤 달아났다. 그는 36시간 만인 5일 저녁 8시께 강남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로 돌아왔다.
하지만 사건 발생부터 이 경위가 달아나기까지 경찰관들의 대응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음주 측정을 하려고 이 경위를 강남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앞까지 데려왔다가 이 경위가 거부하자 다시 지구대로 데려갔다. 또 피의자가 화장실에 가면 경찰관이 동행해야 하지만, 이 경위 혼자 화장실에 가도록 했다. 게다가 이 경위가 달아난 지 5시간이 넘도록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았다.
현장에 출동했던 지구대 유아무개 경사와 차아무개 순경은 “이 경위에게서 술 냄새가 났지만 음주 측정을 완강히 거부했고, 현행범 체포 서류도 만들어야 해 지구대로 다시 데려갔다”고 말했다. 지구대 당직 책임자 유아무개 경위는 “경찰 직원이라 생각해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 같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이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경위를 대기발령하고 지구대 경찰관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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