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동성 동료의 몸을 만져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성이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면 강제추행이 맞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한의원 실장으로 근무하던 ㄱ씨는 직장 동료 후배인 ㄴ씨의 엉덩이를 만지고 자신의 볼을 ㄴ씨의 볼에 가져다 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ㄴ씨는 ㄱ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신체 접촉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원장 등 다른 상사에게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의원에 설치된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보면, ㄱ씨가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ㄴ씨의 신체에 밀착하려는 행동을 하고, 그때마다 ㄴ씨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거나 몸을 뒤로 빼는 등 ㄱ씨의 신체 접촉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며 “비록 ㄱ씨와 ㄴ씨가 모두 여성으로 동성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ㄱ씨의 행위는 ㄴ씨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불쾌감)을 느끼게 할 만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ㄴ씨는 직장 내 권력관계상 ㄱ씨의 범행에도 불쾌감을 숨기고 ㄱ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 2심도 “ㄴ씨의 진술 내용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모순점도 없다”며 ㄱ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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