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쓴 책에 참여한 적 없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공저자’로 추가했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저작자가 누군지 믿고 이용하는 대중의 신뢰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ㄴ씨와 ㄷ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대학교수 ㄱ씨는 2010년 소방 관련 대학교재를 출간했다. 출판사는 책에 ㄱ씨 말고 다른 교수들을 공저자로 추가하자고 제안했고, ㄱ씨는 이를 받아들여 ㄴ씨 등을 공저자로 추가했다. 검찰은 이들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ㄱ씨는 재판에서 “원저작자인 자신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저작권법은 저작하지 않은 사람의 저작물 공표행위를 처벌하는 것이고, 이는 원저작자가 동의했는지와 상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해 이를 공표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실제 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뿐 아니라,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같은 취지 등을 고려하면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해 저작물을 공표한 것은 저작권법을 위반한 범죄”라고 덧붙였다.
1심은 ㄱ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ㄴ씨 등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은 ㄴ씨와 ㄷ씨에 대해서만 실제 얻은 이득이 없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벌금 70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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