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집회 참가자가 사전 신고된 집회 범위를 벗어나 시위를 하다가 도로교통을 방해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공무원노동조합 소속 ㄱ씨는 2015년 3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공무원 연금개혁 반대 집회에 참여해 참가자 5천여명과 함께 여의대로 차로를 행진했다. ㄱ씨는 행진 과정에서 약 30분간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그해 5월 국회 앞에서 열린 공무원 연금 개혁안 반대 집회에 참여해 집회·시위가 금지된 국회 인근 100m 이내에서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ㄱ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ㄱ씨의 일반교통방해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2018년 5월 국회 인근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보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도로교통을 방해한 집회나 시위에 참여했다고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참가자가 중대한 위반에 가담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거나, 관여 정도에 비춰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ㄱ씨는 노조 조합원으로 집회에 참여했을 뿐, 집회를 주최한 쪽과 관련이 없고 주도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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