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한 법무부의 결정에 시민사회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불법승계 의혹’ 등 다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가석방된 것은 ‘이례적인 특혜’라고 비판했다.
9일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 발표된 직후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 가석방은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며 사법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국정농단의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가석방이 된다면 향후 앞으로 어떤 재벌총수가 법을 지킬 것이며, 어떤 중범죄자에게 가석방을 불허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가석방은 우리 사회에 퍼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인식을 다시 공고히 하는 결과”라고 우려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기업인 사면에 대한 정치권의 ‘말바꾸기’를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 뒤집기라는 비판여론이 일어나자 ‘국민 공감대’를 운운하며 공을 법무부 장관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며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혜성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이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가석방이 결정된 것에 대해 ‘이례적인 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 의혹에 대한 형사재판 1심이 진행 중이다. 사실상 하나의 사건 중 일부에 해당하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석방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바, 명백한 특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재용은 일반 범죄자라면 결코 받을 수 없는 엄청난 사법적 특혜를 이미 받은 바 있었다. 배임·횡령·뇌물공여 등으로 중대경제범죄를 저질렀음에도, 2년 6월의 징역형 특혜를 받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 재벌총수만을 위한 가석방 특혜’를 이번에 또 받은 셈이다”고 비판했다.
이번 가석방으로 가석방 제도의 원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대 범죄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석방이 이루어진 선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검찰의 부동의 의견과 선례를 무시하면서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한 것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석방은 수형자가 참회하면서 성실히 형벌을 수행하는 경우 사회에 조기에 복귀시켜 올바른 시민으로서 살도록 하는 제도”라며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쉽게 가석방이 된다면, 이는 우리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국정농단의 몸통이자 주범에 대한 단죄를 거부한 것이며 이 나라가 재벌공화국, 삼성공화국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정부가) 입 아프게 외치며 강조하던 정의·공정·공평은 자본의 정의·공정·공평이었다”라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촛불 정신의 후퇴이자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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