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353일 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석방심사위)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곧바로 가석방심사위의 결정을 재가하면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가석방 대상자들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전국 54개 교정시설에서 출소한다.
박범계 장관은 가석방심사위 회의가 끝난 이날 오후 6시40분께 법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의 감정,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됐다”고 가석방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조건부 석방’인 가석방을 받은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을 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별도 승인이 필요해 당장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이날 가석방심사위가 열리기 전부터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형기 60%를 채우고 모범수로 분류돼 서울구치소의 가석방 예비심사를 무난히 통과했다. 앞서 법무부는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 4월 형기의 80%를 채웠을 때 심사가 가능했던 가석방 요건을 60%로 완화한 바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그동안 완화된 가석방 기준을 비판하는 한편 이 부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과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다른 재판을 받고 있어 가석방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2020년 기준으로 추가 사건 진행 중 가석방이 허가된 인원이 67명이고, 최근 3년간 형기 7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된 수형자가 244명”이라며 “앞으로도 재범 가능성이 낮은 수용자에 대해 가석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도 “취임한 이래 지속적으로 가석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현재의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 110%를 105%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가석방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석방심사위는 수형자 1057명에 대한 가석방 여부를 심사·의결했고, 이 중 적격으로 의결된 810명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을 허가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형자 155명과 생계형 범죄자 167명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심사에는 강성국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법무부 내부위원 4명과 윤강열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외부위원 5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어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은 사회적 특수계급에 대한 특혜”라며 “회사 자금 86억원을 횡령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중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쉽게 가석방된다면,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옥기원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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