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자신이 타고 온 차량인 줄 착각해 운전자에게 양해의 손짓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널에이(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 차장검사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독직폭행이란 검찰 등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이가 직무 중 폭행의 죄를 범해 상해를 입힌 경우 적용하는 혐의다.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의 행위가 폭행은 맞지만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독직폭행 혐의가 아닌 형법 제125조 폭행죄를 적용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그를 밀어 넘어뜨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당시 한 검사장은 이동재 전 <채널에이>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관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5월 이 사건 증인으로 나온 한동훈 검사장은 ‘변호사와 통화하려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는데 정 차장검사가 휴대전화를 뺏으려고 하며 넘어뜨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증거인멸 시도를 막으려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일 뿐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물리력 행사가 궁극적으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확보 위한 것이었다는 건 명백하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몸을 눌러 신체적 유형력을 행사했고, 두 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피해자를 올라타 휴대전화를 뺏으려 하는 등 중간에 자세를 바로잡거나 신체접촉을 중단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단순히 휴대전화를 뺏으려는 의사만 있는 게 아니라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에 대한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 차장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증거인멸로 보이는 경우 수사기관 입장에서 당연히 제지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증거인멸이 의심된다면) 즉각 물리력 행사가 아니라 한 검사장에게 동작을 멈추라고 말하거나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한 검사장이 상해를 입진 않았다며 독직폭행죄가 아닌 폭행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이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다 우발적으로 이뤄진 걸로 보인다”고 판단해 형법상의 폭행죄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자격정지를 선고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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