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공휴일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기업에 다니는 ㄱ씨는 집안에 경조사가 생겨 회사에 휴가를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상사는 “일이 많은데 무슨 휴가냐”고 오히려 타박했다고 한다. 게다가 ㄱ씨는 법으로 정해진 공휴일에도 쉰 적이 별로 없다.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기 때문이다. ㄱ씨는 “회사가 폐업한다며 나가라고 해서, 연차수당을 요구했더니 ‘5인 미만 회사는 원래 연차가 없다’며 연차수당도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회사 대표는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2개의 법인을 운영했다. 회사를 쪼개 운영하는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최근 접수된 제보다. 16일은 광복절 대체휴일이지만 ㄱ씨 처럼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상용·임시직)는 236만명으로 전체 상용·임시직 노동자 14.6%(2019년 기준)에 달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빨간 날’이나 대체 공휴일에 유급 휴일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15일 ㄱ씨 같은 노동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5인 이상 사업장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2022년 유급휴일·휴가(주5일 근무 기준) 일수를 비교했다. 내년 5인 이상 직장인의 유급휴일·휴가는 28일이지만 5인 미만 직장인은 극단적인 경우 하루도 없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5인 이상 사업장 종사자는 현행법대로라면 2022년에 유급 휴가·휴일로 28일(연차 15일·유급휴일 11일·대선, 지방선거 2일)을 쉴 수 있다. 별도로 여름휴가를 부여하는 회사라면, 최대 33일까지 쉴 수 있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공휴일법과 근로기준법이 적용을 받지 않아 원칙적으로 유급휴일·연차휴가를 쓸 수 없고, 선거일도 유급으로 쉬지 못한다. 법으로 보장된 5월1일 근로자의 날 하루는 쉴 수 있지만, 2022년 근로자의 날은 일요일이라 주휴일을 제외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유급휴일은 사실상 ‘0일’이 된다.
이는 개정된 근로기준법·공휴일에 관한 법(공휴일법)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끌어 안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까지 공휴일은 관공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만의 휴일이었지만 최근 근로기준법·공휴일법 개정으로 300명 이상 사업장(2020년 부터), 30명 이상 사업장(2021년 부터), 5인 이상 사업장(2022년부터)은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2022년 이후에도 5인 미만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 존재한다.
이에 모든 노동자들이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에 마음 놓고 쉴 수 있게 하기 위해 추가적인 법개정이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2021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도 근로시간 및 공휴일 규정의 적용 확대 등의 문제는 소규모 사업체의 경영 현실, 확대 적용 시 임금과 고용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되, 기존의 실태조사 결과 등을 고려하여 현실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의 심준형 노무사는 “이미 13년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차별의 영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대통령령인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막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당장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을 개정해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12일 “공휴일에 관한 법률로 5인 미만 사업장이 대체공휴일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5인 미만·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2022년 유급휴가·휴일 비교 표. 직장갑질119 제공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