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를 판단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18일 열린다. 최근 법원이 배임죄 적용을 엄격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임죄를 실행하도록 했다는 배임교사 혐의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기소 권고 판단을 검찰이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심의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및 업무방해 교사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를 심의해 검찰 수사팀에 권고할 예정이다. 통상 수사심의위는 소집이 결정된 뒤 1∼2주 뒤에 열렸지만, 이번 수사심의위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소집 결정 이후 49일 만에 열리게 됐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 6월30일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수사팀은 당초 백 전 장관에게 ‘정 사장에 대한 배임교사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도 적용하려 했으나, 대검찰청 지휘부와 의견이 갈려 수사심의위 판단을 받아본 뒤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 사항일 뿐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했다는 점에서 권고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팀이 수사심의위로부터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대한 기소 권고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선 정 사장의 배임 혐의부터 증명해야 한다. 정 사장의 배임죄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선 우선 원전 보고서 조작으로 발생한 손해가 현실적·구체적이어야 하는데,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검찰은 정 사장이 한수원에 약 1481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을 현실적인 손해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검찰은 정 사장의 고의성도 입증해야 한다. 배임 혐의가 적용된 비슷한 사례로,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의 그의 혐의에 대해 “정책 판단의 문제였다. 배임의 고의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를 수사팀이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혐의가 성립하려면 백 전 장관이 직접 정 사장에게 배임을 교사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정 사장의 배임 혐의부터 입증해야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가 성립할 수 있다”며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배임교사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책의 영역일 수 있는 사안을 기소까지 하려는 수사팀이 정치적 판단을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수사팀이 백 전 장관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수사심의위가 추가 기소를 권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현 정부의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배임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한수원이 주주를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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