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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암매장 ‘실미도 사형수 유해’ 발굴에 국방부 적극 나서야”

등록 2021-08-19 18:13수정 2021-09-16 16:08

【짬】 실미도유족회 임충빈 심규범 대표

임충빈(오른쪽)·심규범(가운데) 실미도 유족회 공동대표와 안김정애 전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 실미도 사건 조사 담당자(왼쪽)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족회는 23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벽제역 봉안소에서 실미도사건 50주기 추모식을 한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임충빈(오른쪽)·심규범(가운데) 실미도 유족회 공동대표와 안김정애 전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 실미도 사건 조사 담당자(왼쪽)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족회는 23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벽제역 봉안소에서 실미도사건 50주기 추모식을 한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8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임충빈 실미도유족회 공동대표는 3년 전 받은 국방부 민원회신 사본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는 지금도 실미도 공작원들을 살인자로 봐요.” 오빠 유해 발굴이 어려울 경우 위패를 국립묘지에 봉안해달라는 2018년 임 대표 민원에 국방부는 “고 임성빈(임 대표 오빠) 등 4명은 사람을 살해한 자로서 사형된 자에 해당해 국립묘지법상 안장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오는 23일은 이른바 실미도 사건이 일어난 지 50년이다. 1971년 8월 23일 북파 특수임무부대인 실미도 부대원 24명은 3년이 넘는 훈련 기간 중 당한 가혹 행위와 굶주림 등 비인간적 처사를 호소하기 위해 훈련 교관들을 살해하고 서울로 향했다. 이날 부대원 20명은 서울 진입 과정에서 교전 등으로 사망했고 살아남은 4명은 군 비밀재판을 통해 72년 3월 10일 총살형을 당했다. 전체 부대원 31명 중 7명은 앞서 훈련을 받다 구타 등으로 사망했다.

유족회는 오는 23일 오전 11시 실미도사건 50주기 추모식을 경기 고양시 벽제역 봉안소에서 한다. 심규범(고 심보길 부대원 아들) 유족회 공동대표와 16년 전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으로 실미도 사건을 담당한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도 18일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임 대표는 실미도 사건 33년 뒤인 2004년에야 오빠가 실미도 부대원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단다. 1968년 북한 무장군인 31명이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1·21사건에 보복하겠다는 뜻으로 중앙정보부 책임 아래 공군이 그해 5월 창설한 실미도 부대는 3년 4개월 훈련 동안 부대원들의 외출이나 외박을 단 하루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죽음까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시신을 암매장했다.

“숙부가 2003년 개봉한 영화 <실미도>를 보고 그래요. 오빠가 실미도 부대와 관련됐을 수 있으니 찾아보라고요. 이 말에 셋째 언니가 청주에서 실미도 부대 훈련 담당 기간병을 찾아 사정사정해 부대원 사진을 보고 오빠를 확인했어요. 종갓집 장남인 오빠는 정말 성실했어요. 전과도 없었죠. 아버지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편지까지 보내 장남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간단하게 ‘임성빈에 대해 모른다’고 회신이 왔어요. 오빠가 실종된 뒤 아들 교육을 잘못한 탓이라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많이 힘들게 했어요. 그 때문에 엄마가 많이 아팠어요.” 임 대표는 오빠가 부대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영화 <실미도>를 보며 계속 울었단다. “영화에서 부대원들이 사형수나 무기수, 특수범죄자로 묘사되더군요. 소리 지르고 영화관을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계속 울다 나왔죠.”

임충빈 실미도유족회 공동대표. 김혜윤 기자
임충빈 실미도유족회 공동대표. 김혜윤 기자
심규범 실미도유족회 공동대표.      김혜윤 기자
심규범 실미도유족회 공동대표. 김혜윤 기자
심 대표도 만 40살이던 2004년 국방부 통보로 부친이 실미도 부대원이었다는 걸 알았단다. 그의 부친은 부대원 중 최고령으로 실미도 탈출 사흘 전 부대원들이 음주했다는 이유로 단체기합을 당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이 가혹 행위가 부대원들의 자폭을 각오한 탈출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북 출신인 부친이 (실미도 부대로 가기 전) 해병대를 제대하고 미군 켈로 부대원으로 몇 차례 북파된 적도 있어 저는 북파 작전 중에 돌아가셨다고만 알고 있었어요.” 그는 70년대 후반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 살다 2천년대 들어 귀국해 지금은 부산에서 수산물 수출업체를 꾸리고 있다.

유족들은 50주기를 앞두고 국방부와 공군에 ‘사형수 4인 유해 발굴과 부대원 명예회복 그리고 실미도 부대에서 일어난 횡령 의혹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유해는 2005년 안김정애 당시 조사2과장 노력으로 벽제 암매장지를 발굴해 8명이 확인됐지만, 사형수 등 다른 부대원들은 찾지 못했다. 실미도 탈출 뒤 인천에서 교전 중 사망한 심 대표 부친 유해도 찾지 못했다.

북파 특수임무 실미도 부대원 24명
훈련 중 가혹행위·굶주림 알리려
71년 8월23일 총 들고 서울 향해
23일 벽제역 봉안소서 50주기 추모식

“살아남기 위한 집총은 정당방위
순직처리하고 현충원 안장해야”

안김정애 대표는 최근 낸 책 <실미도의 ‘아이히만’들>(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에서 사형을 집행한 군 관련자들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암매장지의 위치를 함구하고 있다고 썼다. “사형수들을 묻은 현장 책임자인 직업 하사관이 올해 91살인데요. 지금도 어디에 묻었는지 입을 닫고 있어요. 실미도 사건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보안각서 탓에 함구한다고 생각해 2005년 국방부 장관 확인을 받아 예전에 쓴 보안각서가 무효라고 공문까지 보냈지만 여전히 밝히지 않아요.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씨는 당시 사형집행 책임자인 공군 고등검찰부장이었는데 2005년 위원회 조사도 응하지 않았어요.”

임 대표는 “국방부는 사형수 유해 발굴 요청에 법이 없어 못 한다며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가서 해결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몇 년이 걸린다. 당장 국방부 검찰단에 암매장지 특별수사단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회 두 공동대표는 “부대원들이 총을 들어, 순직 처리와 현충원 안장을 할 수 없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라며 이렇게 항변했다. “국방부 주장은 국가가 원인 제공한 점을 외면하고 결과만 보는 것입니다. 몇 개월 훈련하고 북에 다녀오면 장교를 시켜주고 큰돈을 줄 것처럼 거짓 약속하고 3년 4개월 동안 공작원들을 개·돼지 취급했어요. 급여도 초기 3개월만 지급했죠. 식사가 부실해 개밥을 훔쳐먹은 부대원도 있어요. 북파를 미루면서 부대 해체도 하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공작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총을 들었어요. 80년 광주 시민들처럼요. 정당방위였죠.”

안김정애 전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 실미도 조사 담당자.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안김정애 전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 실미도 조사 담당자.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안김정애 대표가 최근 펴낸 <실미도의 ‘아이히만’들> 표지. 저자는 실미도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50년 전 사건의 전말을 살피고 사형수 4인의 신문 조서 등 최후 육성도 실었다.
안김정애 대표가 최근 펴낸 <실미도의 ‘아이히만’들> 표지. 저자는 실미도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50년 전 사건의 전말을 살피고 사형수 4인의 신문 조서 등 최후 육성도 실었다.
옥천 생활 9년차인 한의사 고은광순씨가 최근 낸 실록 다큐 소설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 표지. 그는 저자 서문에서 “(실미도사건으로) 비극적으로 죽어 간 옥천의 젊은이들의 복권을 통해 한국의 엉터리 현대사가 조금이라도 바로잡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옥천 생활 9년차인 한의사 고은광순씨가 최근 낸 실록 다큐 소설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 표지. 그는 저자 서문에서 “(실미도사건으로) 비극적으로 죽어 간 옥천의 젊은이들의 복권을 통해 한국의 엉터리 현대사가 조금이라도 바로잡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 대표 오빠는 형장에서 이런 유언을 남겼다. ‘만 3년 6개월 동안 추우나 더우나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게 아깝고, 후배나 동료를 위해 못다 하고, 김일성의 목을 베지 못하고 죽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또 다른 사형수 이서천 부대원은 대한독립만세를 삼창하고 ‘김일성을 죽이지 못하고 가는 게 한’이라는 말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임 대표는 “오빠가 사형 전 애국가를 부르고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는데 아직도 살인자 취급을 받고 있어요. 이걸 지금도 해결 못해 미칠 것 같아요.” 이번 책에 실미도 부대 운영비 횡령 의혹도 자세히 밝힌 안김정애 대표는 “당시 부대 연간 운영비로 책정된 46만원 중 실제 집행된 액수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부대원들 월급과 식비를 중앙정보부나 공군 간부와 하사관이 위 아래로 다 빼먹어 부대원들이 훈련을 받으며 굶주림과 추위에 떨어야 했다”고 밝혔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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