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기간(기대여명)을 계산해 손해배상을 받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예상보다 더 오래 살았다면, 기대여명을 넘긴 시점으로부터 3년 안에 치료비 등을 추가로 청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ㄱ씨 부부가 ㄴ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2002년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ㄱ씨는 앞으로 약 5년 정도 더 살 수 있다는 신체 감정 결과를 토대로 보험사로부터 3억여원을 보상받았다. 그런데 ㄱ씨는 예상보다 더 오래 살았고, 2012년 7월 기대여명을 넘긴 기간의 치료비 등 6억여원의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민법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 등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다. ㄱ씨는 기대여명 종료 시점인 2007년 4월로부터 3년을 넘긴 뒤 (추가로) 손해배상 청구를 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ㄱ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보험사가 2억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ㄱ씨가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2012년 7월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직전 3년간 치료비 등은 보험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과 같이 ㄱ씨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ㄱ씨는 예측된 여명 기간이 지난 때 새롭게 발생할 손해를 예견할 수 있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늦어도 종전에 예측된 여명기간이 지난 때부터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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