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전남도청 앞 광장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가 ‘5·18보상법’(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지난 5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아무개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1980년 6월 영장 없이 합동수사본부로 연행돼 불법 구금된 뒤 가혹 행위를 당했다. 그는 당시 계엄법위반죄로 기소돼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이씨는 1994년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런 신군부의 불법행위에 대한 보상금 등 9900여만원을 받았다. 그는 2012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확정받았고, 이를 근거로 그해 정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쟁점은 ‘5·18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이씨가 정신적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지였다. 1, 2심은 “이씨가 이미 정부로부터 지원금 지급 결정에 동의하고 돈을 받았으므로, 5·18 보상법에 따라 둘 사이에는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난 5월27일 헌재가 이런 경우, 정신적 피해 보상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헌재는 “5·18 보상법에 따른 보상금만으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이런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이씨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헌재는 5·18보상법이 정한 재판상 화해 가운데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을 위헌 결정했고, 이는 이씨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며 “법률상 근거가 사라진 이상 이씨는 본인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가 보상금을 수령함으로써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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