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이 2017년 5월17일 오전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씨제이블로썸파크’ 개관식과 ‘온리원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부축을 받기도 했지만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할 정도로 건강이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사진 씨제이그룹 제공
특별사면 뒤 5년이 지나야 공개되는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이 개별 위원들의 발언을 담은 ‘속기록’ 형태가 아닌 ‘요약본’ 형식으로 제공돼 국민들의 실질적 감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겨레>가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2016년 8월9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니, 개별 위원들의 발언 내용은 확인할 수 없고 발언 내용을 종합해 요약한 내용만 담겨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는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을 포함해 4876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논의했다. 당시 위원회는 사회적 책임과 지명도, 국민 알권리 충족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이재현 회장 1명의 인적사항만 공개했다.
당시 사면심사위원들은 이 회장의 특별사면이 필요한 이유로 질병과 경제 살리기를 주요하게 꼽았다. 회의록에는 “이재현 회장의 CMT(샤르코마리투스)라는 병은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중병인 점을 감안하면 특별사면에 별다른 이의제기는 없을 것으로 생각됨”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면실시 발표 후 사면 요건을 갖추려고 형사재판의 상고를 포기하는 등 ‘배수진’을 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질병이 워낙 중하여 수형 생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사면은 가능하다고 판단됨”이라 돼 있다. 또한 “금번 사면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취지의 사면”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특별사면에 대한 2016년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의견. 회의록 갈무리
다만, 위원들은 이 회장의 특별복권을 두고는 고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사면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이고, 특별복권은 유죄 선고로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키는 조처다. 회의록에는 “중증환자로서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형집행면제 특별사면은 가능하나, 경영 일선에 바로 복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특별복권까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함. 중증환자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사면을 검토하는 것인데 단기간 내에 회복되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경우 오히려 사면권자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음”이라고 돼 있다.
반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취지의 사면인 점, 피해 금액을 전부 변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하루속히 질병을 치료하고 회복 이후에는 기업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특별복권까지 함께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이라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위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당시 심사위원으로는 법무부에선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이창재 법무부 차관,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김해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참석했다. 외부위원으로는 박창일 전 세계재활의학회 회장,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수진 변호사, 손창용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최금숙 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은 결국 특별사면되는 동시에 특별복권됐다.
회의록이 ‘속기록’이 아닌 ‘요약본’ 형태로 작성·공개되면서, 사면·복권을 둘러싼 국민들의 감시가 어렵고 알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면법에 따라 사면심사위 회의록은 특별사면이 이뤄지고 5년 뒤에 공개되는데, 2014년 사면심사위 회의록까지는 속기록 형태로 공개됐지만, 2015년 회의록부터 요약본 형식으로 공개되고 있다. 김예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요약본을 통해선 재벌 총수 사면 과정에서의 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된다”며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논의과정을 시민들이 살펴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속기록 형태로 회의록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1100억원대 횡령 배임과 5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로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2년6개월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그는 재상고를 포기하고 형이 확정된 지 사흘 만에 벌금을 완납해 ‘사면을 노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근육이 위축되는 희소병을 이유로 10차례 형집행정지를 연장해 실제 수감 기간은 넉 달이 되지 않았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