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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에서 가장 친절한 버스기사

등록 2006-02-08 20:20

우이동∼교대역 144번 정상훈씨·무교동∼도봉산 100번 이종민씨
아침마다 만나는 사람, 출근길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 그 사람이 친절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면 하루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특별한 서비스로 출근길 시민의 벗이 돼 주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친절한’ 두 버스 기사가 있다.

“제 버스가 서울서 제일 깨끗할걸요”

우이동∼교대역 144번 정상훈씨

“친절은 노력” 모자 아저씨=서울 강북구 우이동에서 서초구 교대역을 오가는 삼양교통 144번 버스운전사 정상훈(68)씨. 정씨는 언제나 동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한다. 그리고 청소부가 한 번 훑은 버스를 한 번 더 청소한다. “서울 시내에서 제 버스가 가장 깨끗할걸요? 저는 ‘깨끗한 친절’이 우선이에요.”

하지만 정씨는 손님들에게 청결함보다 ‘모자 쓴 기사 아저씨’로 더욱 유명하다. 정씨가 늘 쓰고 있는 등산모에는 20여 나라를 배낭여행하면서 모은 기념핀(배지)이 가득 달려 있다. “보시고 신기해하시죠. 뭐냐고 묻는 분들에게 여행 추억을 함께 나누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요건 브라질 벼룩시장에서 산 건데….” 승객들과 한마디라도 더 나누다 보면 난폭운전이나 욕설은 있을 수가 없단다.

정씨는 1990년 20년 근무한 한국도로공사를 퇴직한 뒤 “남은 인생을 또다른 ‘전문직’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버스 운전을 시작했다. “버스기사도 ‘사’자로 끝나는 전문직이거든요. 운전사들 이미지가 안 좋은데, 저라도 바꿔 보려고요.” 그래서 정씨는 아무리 춥고 아무리 더워도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으로 운전을 한다.

정씨는 외국인 승객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외국인 승객이 탈 때 마다 ‘꼬치꼬치’ 영어로 길 안내를 해준다. 그는 “국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버스 안에도 있다”고 강조한다. 2002년엔 한국관광공사 홍보안내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지금도 하루에 영어 단어를 수십 개씩 외워요. 노력이 없으면 친절도 없어요.”



승객 모두에 인사 “팬레터도 받아요”

무교동∼도봉산 100번 이종민씨

차내 방송으로 팬레터=서울 중구 무교동과 도봉구 도봉산 사이를 오가는 100번 시내버스를 타면 ‘팬레터 받는 버스기사’로 소문난 운전경력 14년차 이종민(35)씨를 만날 수 있다.

무교동에서 도봉산까지는 길이 안 막혀도 꼬박 2시간 길. 하루 3~4차례 이 길을 오가면서도 이씨는 얼굴을 찌푸리는 법이 없다. 버스에 타는 모든 승객에게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 무거운 짐 들고 타는 할머니 돕기, 지각해 뛰어오는 학생과 직장인 기다려주기, 운행 중 짧은 차내 방송 하기도 이씨의 특기다.

이씨는 버스기사의 친절이란 아주 사소한 한 가지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승객이 자리에 앉은 뒤 출발하고, 버스가 정류장에 선 뒤에 문을 열어 손님을 태우는 것입니다.” 이씨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안 지켜지는 이 ‘비결’을 동료는 물론 승객에게 틈날 때마다 전수한다. 이씨는 “승객의 불편함을 늘 생각해야 친절할 수 있다”며 “승객이 버스가 아니라 자가용 타고 간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자신의 ‘운전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친절에 죽고 살다 보니까 승객들에게 종종 팬레터도 받는다. “대기업 입사시험에 떨어져 우울하게 버스를 탄 여대생이 내리며 건넨 쪽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행복과 불행은 크기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차내 방송을 듣고 용기가 생겼다. 고맙다’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더 감동을 받았어요.”

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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