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에 따르지 않고 방송 편성에 규제를 가하거나 간섭하지 못하도록 한 방송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협의로 기소된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이 조항을 근거로 유죄를 확정받은 바 있다.
헌재는 31일 이 전 대표가 방송법 제4조 2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방송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따르지 않으면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김시곤 당시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은 좀 지나고 나서 해달라”, “(보도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말만 바꿔서 녹음을 다시 한 번 해달라”고 하는 등 방송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 전 의원은 김 전 국장에게 특정 뉴스 아이템을 빼거나 보도 내용을 바꿔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이 전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지난해 1월 벌금 1000만원을 확정했다. 이 전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방송법 제4조 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방송의 자유는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해 엄격히 보호되고, 방송에 대한 의견 개진과 비판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현행법상 마련돼 있어 방송 편성에 대한 간섭을 처벌한다고 해 과잉금지 원칙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